'매입 끊긴' LH 매입임대…3개월간 '0' 왜?

'악성 미분양 사들여 공급' 논란에
12월 이후 추가 매입공고 실종
담당 직원엔 고강도 감사 진행

元장관도 "이 가격엔 안 사" 비판
국토부, 매입가격 기준 낮추기로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의 주택매입 임대제도 업무가 3개월째 중단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논란에 휩싸인 뒤 관련 업무를 멈추고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하고 있어서다. LH는 주택매입 가격 기준을 낮추는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 임대사업 중단에 ‘촉각’

10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제도 개선 절차가 길어지며 LH의 매입 업무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 LH는 작년 11월 매입 공고를 낸 뒤 아직 추가 매입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전년도 계획에 따라 1, 2월에도 공고를 냈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매입 임대 업무를 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예고하며 내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LH 한 직원은 “최근 매입 업무를 한 담당자들을 특정해 감사 통보가 왔다”며 “있는 규정에 따라 처리한 업무인데, 현장 직원들의 징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LH의 개선안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주택건설협회는 지난달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LH에 미분양 주택을 매각할 경우 거래 가격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할인으로 인한 후폭풍은 피하면서 미분양 물량은 해소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개선안이 발표돼도 본격적인 미분양 주택 매입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LH의 부채비율은 221% 수준으로, 이미 정부가 정한 ‘채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다. 이미 부채를 이유로 매입 임대 물량을 축소하는 분위기인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입임대사업 자체가 정부로서는 적자사업인데, 시장에 쌓인 미분양을 해소할 정도로 매입 물량을 늘린 순 없을 것”이라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지원하는 방식이 우선”이라고 했다.

○매입가격 한도 하향 검토

정부는 최근 올해 주택매입 사업 계획안을 확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에 관련 내용을 사전 공유했다. 계획안에는 주택 매입 가격 기준을 예년보다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했다는 비판에 가격 상한선을 내린 것이다.

그간 LH는 가격 상한액을 정해 놓고 복수의 감정평가 법인이 제시한 감정액을 평균해 매입 가격을 결정했다. 대부분 매입 가격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됐는데, 최근 매입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문제가 됐다. 시세보다 15% 할인된 금액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일어난 단지를 LH가 12% 할인된 금액에 매입하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며 강하게 비판하자 국토부는 가격 상한액을 낮추는 방안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는데, 비싼 값에 주택을 매입한다는 비판이 있어 기준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신축 가구를 사전에 약정해 매입하는 매입약정방식 역시 가격 산정 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약정 후 가격 상승 요인은 최대 15% 반영하고 하락 요인은 5%만 반영하는 식으로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며 “감정액을 단순 평균 내는 방식이 현 부동산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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