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아들 뒀다고 추방?…호주서 장관 재량으로 영주권 발급

다운증후군 아들을 뒀다는 이유로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가 이민부 장관 재량으로 호주 영주권을 얻은 아니시 가족. /사진=연합뉴스
호주 당국이 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인도인 가족의 추방을 결정했지만, 이민부 장관의 재량으로 이들은 호주 영주권을 얻게 됐다.

10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크리슈나 아니시는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7년 전부터 호주 퍼스에서 거주했다.아니시 가족은 영주권을 신청했지만, 10살 된 아들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했다.

호주에서는 영주권 신청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사회보장으로 감당해야 하는 예상 치료비를 산정하고, 영주권 신청자가 호주에 가져다줄 이득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영주권을 거절할 수 있다. 호주 납세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항은 장애인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호주 당국은 영주권 심사에서 탈락한 아니시 가족에게 35일 내로 호주를 떠나라고 통보했다.아니시는 마지막 방법으로 앤드루 자일스 호주 이민부 장관에게 '장관 재량으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호주 이민법에 따르면 이민부 장관에게 탄원할 경우, 장관이 직접 사건을 검토한 뒤 공공의 이익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재량으로 행정 재판소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아니시 가족의 사연을 접한 자일스 장관은 지난 8일 아니시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공익적 권한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영주권을 발급했다"고 안내했다.장관 탄원을 통해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을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아니시 가족의 사연이 호주 ABC 방송에 소개되면서 이들이 구제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자일스 장관은 즉시 영주권을 내줬다.

아니시는 "이 사회가 장애 아이를 차별하길 원치 않는다. 우리처럼 장애 때문에 영주권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규정이 바뀌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