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마지막 눈사람

야버즈·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 염기원 지음.
투포환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채하나는 태백의 한 공장 노동자로 일한다. 구내식당서 유튜브를 보는데 1년 반 전 집 나간 오빠 채강천이 나온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타트업 대표, 인기 강사로 소개된다.

사기꾼 모습인 오빠가 되레 사기를 당한 것이라 여긴 하나는 오빠를 구해내려 서울로 간다. "딱 기다리라고 그래.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
사기꾼 천지인 세상 속 남매의 모습은 '웃픈' 자화상으로 그려진다.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가 빠른 전개와 '사이다' 문체에 펼쳐진다. 염기원 작가는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등 정보기술(IT) 노동자로 살다가 2019년 처음 쓴 장편으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받았다.

지난 2년여간 집필에 몰두했고 문학세계사에 무려 8편의 장편을 투고했다.

이 소설은 그 중 첫 작품으로 자기 동생에게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 문학세계사. 236쪽.
▲ 마지막 눈사람 = 최승호 글. 이지희 그림.
우화집 '눈사람 자살 사건'으로 유명한 최승호 시인이 펴낸 어른을 위한 우화다.

모두가 사라진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눈사람은 "텅 빈 백색 동굴처럼 고요"한 빙하기에서 외로움을 넘어 소름 끼치게 무서운 고독과 독대한다.

"공허와 비애와 우울과 불안, 고독과 절망감과 그리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가슴에 들어 있지 않은가.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
시인은 불시에 우리를 덮치는 고독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길로 안내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8월 예술의전당에서 국립합창단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상상. 156쪽.
▲ 야버즈 = 전춘화 지음.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작가 전춘화의 첫 소설집으로 5편의 단편 주인공은 모두 조선족이다.

표제작 속 야버즈는 오리목에 붙은 고기로 중국에선 잘 알려졌지만 한국에선 생경한 음식이다.

제대로 알기 전에 선입견을 갖기 쉬운 이 요리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갖는 위치와 닮은 구석이 있다.

"하다못해 마라탕과 양꼬치도 한국에서 정착했는데 우린 이게 뭐니."
소설집은 한국에 사는 조선족 젊은 세대 이야기부터 역사의 흐름에 쫓겨 척박한 곳에서 터전을 일군 조선족 역사까지 아우른다.

2011년 한국에 온 작가는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문학작품과 로맨스 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으로 깊이 있게 다뤄질 수 없는 이들을 떠올리며 썼다면서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호밀밭. 200쪽.
▲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 헨리 제임스 지음. 정소영 옮김.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 헨리 제임스의 문학 비평과 에세이 9편을 엮었다.

오노레 드 발자크와 너새니얼 호손을 다룬 전기 성격의 비평문과 미국과 유럽을 오간 여행기들은 19세기 유럽 문화의 단면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작가들의 작가'로 불렸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제임스의 다채롭고 유려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온다프레스. 31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