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검은 화요일'과 어느 억만장자 부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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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철학, 문학, 영화 등에서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주제다. 에르난 디아스(50)의 두 번째 장편소설 <트러스트>도 바로 이 주제를 다룬다. 2017년 첫 번째 소설 <먼 곳에서>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펴낸 <트러스트>로 또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부커상 롱리스트에 오른 것은 물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등 30여 개 미국 매체가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문학동네
488쪽│1만7000원
소설은 ‘광란의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다.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가 주인공이다. 책은 네 개의 형식을 사용한다. 먼저 소설 속 소설을 통해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억만장자인 앤드루의 냉혈한 같은 모습을 폭로하는 소설이다. 부부는 제도를 악용해 1929년 주식시장 폭락 때도 돈을 벌었다. 대중은 분노하고 언론은 그를 뱀파이어 같은 인물이라고 비난한다.다음은 앤드루가 쓴 미완성 자서전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을 천재 투자자로 그린다. 아내는 음악과 소설 읽기, 꽃꽂이 등을 좋아하는 가정적이고 몸이 약하며 순종적인 여자로 묘사한다. 하지만 자서전 대필 작가의 회고록, 죽음을 앞두고 밀드레드가 쓴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은 또 다르다. 이렇게 소설 속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등으로 구성된 <트러스트>는 섹션마다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며, 추리소설을 읽는 듯 몰입감을 더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