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檢 칼질 용서 못해"…7시간 대기 끝에 조문

"檢 압박수사 탓…나 때문 아냐"
당내선 '질서있는 퇴진' 거론

"억울한 죽음 없도록 해달라"
檢, 유족 반발에 부검 않기로
“그야말로 광기다.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의 사망에 대해 10일 전례 없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빈소를 찾아 7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조문했다.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되면, 사냥의 대상이 되면 피할 수 없는 모양”이라며 “죽거나, 조작에 의해 감옥에 가거나”라고 말했다. 이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 재판 참석 등으로 한 달 반 만에 ‘경청투어’를 재개하며 이날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찾았다.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는 발언하는 중간에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당하는 게 내 잘못인가”라고 했다.

숨진 전씨에 대해선 “평생을 공직에 헌신했고 이제 퇴직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던 공무원이었다”고 회고하며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을 먼지 털듯 털고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냐”며 날을 세웠다.이 대표는 오후 1시께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의료원을 찾았다. 그러나 유가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인근에서 7시간가량 대기하다가 오후 7시42분께 조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전씨의 시신 부검 영장을 신청했지만, 유족이 반발하면서 조문 준비가 늦어졌다. 검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 영장을 기각했다.

25분가량 조문하고 나온 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같이 일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유능한 분이었는데 안타깝다는 말을 이 대표가 유족에게 전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 해달라’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에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 수행이 적합한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이 대표의 진실고백”이라고 논평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