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저가 수주땐 은행 보증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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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등 저가로 수주하는 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 조선산업의 출혈 경쟁을 막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독려해 중국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이르면 올 상반기 RG 발급 기준 강화를 포함해 조선업 수주 적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원가의 100%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수주 계약에 RG 발급을 제한하는 등 원가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가 RG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선가 수준을 높이고 중국과의 시장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선박 수주 건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경쟁하는 저부가가치선 비중을 줄이고 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저가 수주를 줄이면 조선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면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제는 수주 계약이 당장의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조선업계의 특성상 저가 수주 때도 RG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선사들이 쌓아둔 저가 수주 물량은 2~3년 후 조선업계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조선 3사(대우조선해양·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2021~2022년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전 저가 수주로 인해 2021년에는 3사 모두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손실을 봤다.
정부는 올해 조선업이 그동안의 저가 수주 여파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호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이 수주 적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RG 발급 기준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의 저부가가치선 수주를 줄이고 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1년 기준 64%인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75%로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담은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다만 정부는 수주 호황기에는 RG 발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조선업계 불황의 고통을 줄이고 중국 조선업계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김소현/이지훈 기자 alpha@hankyung.com
정부 관계자는 10일 “이르면 올 상반기 RG 발급 기준 강화를 포함해 조선업 수주 적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원가의 100%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수주 계약에 RG 발급을 제한하는 등 원가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가 RG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선가 수준을 높이고 중국과의 시장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선박 수주 건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경쟁하는 저부가가치선 비중을 줄이고 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저가 수주를 줄이면 조선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면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선업 출혈 경쟁 차단…'저가 공세' 中과도 차별화
선수금환급 보증(RG)은 조선사가 선주와 선박 수주 계약을 할 때 배를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하는 상황 등에 대비해 은행이 선주가 미리 지급한 돈에 대해 환급을 보증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선주는 배를 인도받지 못할 경우 환급받을 수 있다는 보증이 있어야 조선사에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RG 발급 없이는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금융회사는 조선사가 파산하지 않고 제때 선박을 인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 RG를 발급하기 때문에 심사 때 담보, 대출 한도, 기업 신용도 등 선사의 재무 기준을 꼼꼼하게 따진다.문제는 수주 계약이 당장의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조선업계의 특성상 저가 수주 때도 RG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선사들이 쌓아둔 저가 수주 물량은 2~3년 후 조선업계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조선 3사(대우조선해양·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2021~2022년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전 저가 수주로 인해 2021년에는 3사 모두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손실을 봤다.
정부는 올해 조선업이 그동안의 저가 수주 여파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호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이 수주 적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RG 발급 기준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의 저부가가치선 수주를 줄이고 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1년 기준 64%인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75%로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담은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다만 정부는 수주 호황기에는 RG 발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조선업계 불황의 고통을 줄이고 중국 조선업계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김소현/이지훈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