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아니고 이게 뭐지?"…편의점 가득 채운 술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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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칵테일에 업소용 케그 하이볼까지2030 주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편의점·대형마트 냉장 쇼케이스 선반을 RTD(ready to drink·즉석음용) 캔 주류들들이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각종 캔 수제맥주가 빼곡했던 자리를 캔하이볼·캔칵테일들이 차지한 것이다.
이색 주류시장 커진다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술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한 저도주를 간편하게 즐기려는 애주가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등장한 캔하이볼이 소위 '대박'을 친 데 이어 여름 성수기를 노린 캔칵테일까지 출시되며 RTD 주류 시장이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캔만 따면 되는 RTD 주류
1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9일부터 캔타입의 RTD 칵테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국내 유통채널 최초로 캔하이볼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이볼은 술에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 종류를 일컫는데, 보통 국내에서는 위스키와 탄산수를 혼합한 술이라는 의미로 쓰인다.이번에 출시되는 캔칵테일은 파인애플향이 나는 블루하와이안, 애플민트향의 모히또, 복숭아향인 피치크러시 등 3가지 종류다. 알코올 도수도 4.5도로 낮아 저도주를 즐기는 2030세대를 겨냥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색 RTD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GS25는 이달 초 수제맥주업체 '카브루'와 함께 '이지블루하와이하이볼'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말 '이지피냐콜라다하이볼'도 선보인다. 파인애플과 코코넛향이 특징인 피냐콜라다를 간편하게 캔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RTD 캔주류 열풍을 이끈 주역인 캔하이볼도 그 종류가 다양화되는 추세다. 초반에는 주정에 오크칩을 넣어 위스키의 '향'을 내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진짜 위스키원액만 사용한 정통 하이볼제품까지 나왔다. GS25에서 판매 중인 로얄오크 프리미엄 하이볼은 100% 일본산 위스키에 탄산수와 레몬과즙만 첨가했다. 오크칩이나 주정, 리큐르를 전혀 넣지 않는 정통 하이볼 제조방식을 따랐다. 조만간 일본에서 '사와'라고 불리는 술도 RTD 캔 제품으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사과나 레몬과즙에 술과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사와는 '시다'라는 뜻의 영어 '사워(sour)'의 일본식 표현이다.
○1년새 매출 3배 늘어
유통채널에서 앞다퉈 RTD 주류를 내놓은 이유는 그만큼 '잘 팔리기' 때문이다. 공격적으로 RTD 주류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 GS25의 경우 지난달 RTD 주류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캔하이볼도 출시 반년만에 30만캔이 넘게 팔려나갔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홈플러스의 RTD 주류 품목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40% 뛰었다.RTD 주류의 매출을 올려주는 주요 소비층은 2030 젊은 세대다. 위스키 열풍으로 하이볼의 인기까지 덩달아 높아지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하이볼을 즐기려는 수요카 커진 것이다. 천정부지로 뛴 위스키 가격에 하이볼을 직접 집에서 제조해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2030 소비자들에게 한 캔에 5000원 내와의 RTD 하이볼이 좋은 선택지가 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한 것도 RTD 주류시장이 커지게 된 요인 중 하나다. '부어라 마셔라' 문화 대신 '맛있게 적당히' 마시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취향에 맞는 술을 가볍게 즐기는 애주가들이 많아진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맛과 향의 제품들 중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 니즈와 맞아 떨어졌다"며 "위스키는 가격대가 있고, 와인은 가볍게 즐기기에는 진입 장벽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 틈새를 캔하이볼·캔칵테일 등 RTD 주류가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TD 주류가 뜨면서 유흥시장을 겨냥한 RTS(ready to serve) 하이볼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RTD 주류는 가정용 캔·병 형태의 제품이라면 RTS 주류는 업소용 '케그(keg)' 형태다. 최근 하이볼 시장에 진출한 카브루는 유흥시장용 RTS 하이볼을 이르면 다음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식당·술집 등에서 파는 하이볼은 보통 직원들이 직접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데, RTS 하이볼은 생맥주처럼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잔에 담기만 하면 되니 수작업으로 제조할 때보다 간편하고, 비율과 품질이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