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못 피한 반도체 불황…"챗GPT가 구세주" [배성수의 다다IT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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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매출 전월 대비 18.4% 급감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지난달 저조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면서 고객사의 칩 위탁생산 주문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챗GPT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반도체 불황에 고객사 잇따라 주문 축소
"AI반도체 시장 확대가 실적 반등 이끌 것"
11일 TSMC는 지난 2월 매출이 1631억7000만대만달러(약 6조9934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18.4%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2월 이후 TSMC가 거둔 매출 중 가장 저조한 수치다.TSMC의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파운드리에 칩 위탁생산을 맡기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들의 주문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외신 등에선 글로벌 팹리스이자 TSMC의 최대 고객사로 꼽히는 미디어텍과 퀄컴, 인텔 등이 최근 잇따라 오더컷(주문 축소)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TSMC에 우호적인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도 지난 8일 "TSMC의 6㎚(나노미터·1㎚=10억분의 1m), 7㎚ 팹(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둔화했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파운드리 불황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TSMC 역시 실적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지난 1월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에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 업계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AI반도체가 새로운 업황 반등의 포인트가 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5㎚ 이하 최첨단 공정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최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열풍이 확산하면서 엔비디아와 AMD 등 TSMC의 팹리스 고객사들이 머신러닝 연산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등의 주문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하반기 TSMC에 챗GPT 개발·운영사인 오픈AI에 납품하기 위해 신형 GPU인 ‘H100’ 1만 개 이상을 생산해달라고 주문했다.
TSMC는 올해 들어서도 엔비디아로부터 GPU 추가 납품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효과로 TSMC는 지난 1월 2001억대만달러(약 8조40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전월 대비 4%,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GPU 파운드리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21%, CPU는 19%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운드리 업계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브래드 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는 최근 TSMC 뉴욕 상장주 목표가격을 105달러에서 11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린은 보고서를 통해 "챗GPT가 주도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가 부상하고 응용도 확대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TSMC 주가의 최대 상승 모멘텀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