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갸름하고 빛났다…'AI 모작' 전시에 예술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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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미술관서 전시돼최근 들어 인공지능(AI)이 구현한 창작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모작이 미술관에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서 "예술가들에게 모욕" 지적도
12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해당 그림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전시됐다. 이 미술관은 전시를 위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원작 그림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대여했는데, 그간 이를 대체할 모작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모작은 독일 베를린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율리안 판디컨의 작품이다. 그는 미술관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작품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AI로 작업한 그림인 '빛나는 귀고리를 한 소녀'를 출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디컨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원작 이미지를 넣고 자신의 구상을 프롬프트(명령어)로 입력했다고 한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이미지 파일을 삽입하면 AI가 자동으로 그림을 생성해주는데, 사실적인 묘사와 추상적 표현을 구현해내는 등 예술적인 작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01.25895307.1.jpg)
이에 네덜란드 예술계에서는 '원작자는 물론 예술가들에게 모욕적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작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 작품을 전시한 것은) 베르메르의 유산은 물론, 현재 활동 중인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리스 더뮈닉 미술관 공보 담당은 "예술이 무엇인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라면서도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하는 이들이 있다. 이 작품은 (충분히) 멋진 그림이고, 창조적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게 우리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