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파트 2···"역시 김은숙" 감탄 나오는 K복수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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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면서도 격조 있는 복수극이 펼쳐진다. 완벽하게 짜여진 하나의 퍼즐판이 윤곽을 드러낸 순간, 감탄이 나온다.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물 ‘더 글로리’의 파트 2는 시청자들의 3개월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인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파트 1은 큰 인기를 얻었다. 글로벌 순위는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엔 더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이날 8~16회에 해당하는 분량이 일괄 공개됐다.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3위에 등극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파트 2가 공개되는)금요일 밤엔 약속을 잡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한번에 사람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파트 1에선 과거 연진과 그 무리들의 학폭 이야기, 각 캐릭터들의 소개, 복수 전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복선을 배치했다. 반면 파트 2에선 파트 2에선 동은(송혜교 분)의 복수와 연진(임지연 분)의 반격에 집중했다. 그리고 사건에 담긴 비밀과 ‘떡밥’ 회수 등을 통해 복수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드러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김은숙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작품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이다.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라는 김 작가의 얘기처럼 기존의 장르물과는 다소 다르면서도 그만의 장점과 특색이 잘 드러난다. 복수는 동은이 직접 가해자들을 살해하거나 구타하는 식으로 물리적 응징을 하거나, 울면서 증오를 퍼붓는 등 지나치게 감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들이 얽혀 서로를 배신하고 무너뜨린다. 반대로 피해자들은 끝까지 배신하지 않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연대한다.
다양한 상징을 통해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도 세련됐다. 김 작가는 인상적이었던 댓글로 “신을 믿는 자와 신을 믿지 않는 싸움”을 꼽았다. 동은을 괴롭힌 가해자들은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등 각자의 종교를 갖고 있다. 반면 동은은 신을 믿지 않고 스스로 벌을 주려 한다. 하지만 “파트 2를 끝까지 보면 ‘신은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김 작가의 말처럼 작품엔 신의 존재, 가해자에 대한 신의 응징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여기에 여정(이도현 분)의 역할 등을 통해 주변 인물의 의지와 도움이 더해져 복수가 완성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파트 1에서 색각을 강조했듯 가해자들이 자신의 만행이 담긴 눈, 목소리 등 하나씩 잃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마지막회에 나온 명오의 살해 사건에 담긴 반전은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으며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동은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러나 엄마 앞에서 울부짖을 땐 그동안 눌러왔던 깊은 설움과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낸다. 송혜교는 이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 역시 나쁜 가해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파트 2에서도 로맨스는 여전히 단점으로 작용한다.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 장면들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로맨스를 시즌 2를 열어젖힐 새로운 열쇠로 만들어냈단 점에선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이어질 김은숙표 장르물이 더욱 기대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지난해 12월 공개된 파트 1은 큰 인기를 얻었다. 글로벌 순위는 5위까지 올랐다. 이번엔 더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이날 8~16회에 해당하는 분량이 일괄 공개됐다.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3위에 등극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파트 2가 공개되는)금요일 밤엔 약속을 잡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한번에 사람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파트 1에선 과거 연진과 그 무리들의 학폭 이야기, 각 캐릭터들의 소개, 복수 전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복선을 배치했다. 반면 파트 2에선 파트 2에선 동은(송혜교 분)의 복수와 연진(임지연 분)의 반격에 집중했다. 그리고 사건에 담긴 비밀과 ‘떡밥’ 회수 등을 통해 복수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드러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김은숙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작품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이다.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라는 김 작가의 얘기처럼 기존의 장르물과는 다소 다르면서도 그만의 장점과 특색이 잘 드러난다. 복수는 동은이 직접 가해자들을 살해하거나 구타하는 식으로 물리적 응징을 하거나, 울면서 증오를 퍼붓는 등 지나치게 감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들이 얽혀 서로를 배신하고 무너뜨린다. 반대로 피해자들은 끝까지 배신하지 않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연대한다.
다양한 상징을 통해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도 세련됐다. 김 작가는 인상적이었던 댓글로 “신을 믿는 자와 신을 믿지 않는 싸움”을 꼽았다. 동은을 괴롭힌 가해자들은 샤머니즘, 기독교, 불교 등 각자의 종교를 갖고 있다. 반면 동은은 신을 믿지 않고 스스로 벌을 주려 한다. 하지만 “파트 2를 끝까지 보면 ‘신은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김 작가의 말처럼 작품엔 신의 존재, 가해자에 대한 신의 응징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여기에 여정(이도현 분)의 역할 등을 통해 주변 인물의 의지와 도움이 더해져 복수가 완성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파트 1에서 색각을 강조했듯 가해자들이 자신의 만행이 담긴 눈, 목소리 등 하나씩 잃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마지막회에 나온 명오의 살해 사건에 담긴 반전은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으며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동은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러나 엄마 앞에서 울부짖을 땐 그동안 눌러왔던 깊은 설움과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낸다. 송혜교는 이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 역시 나쁜 가해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파트 2에서도 로맨스는 여전히 단점으로 작용한다.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 장면들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로맨스를 시즌 2를 열어젖힐 새로운 열쇠로 만들어냈단 점에선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이어질 김은숙표 장르물이 더욱 기대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