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이정후, 여전한 한일전 패배 충격 "야구 인생 끝까지 생각날 듯"

"처음 보는 공 쳐서 좋았다…많은 것 느껴"

한일전 대패 충격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야구 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야구 인생'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정후는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체코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전 결과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아직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숙적' 일본과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선수들은 경기 후 아무런 말을 남기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정후도 마찬가지였다.

이정후는 이날 체코전에서 승리해 8강 진출에 관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 뒤에야 한일전 결과에 관한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었다.

그는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날 것 같다"며 "분한 마음도 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일전은 가슴의 응어리가 된 듯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실력 차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그는 "실력 차이가 있다"며 "(오히려) 처음 보는 공을 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정후의 한일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당시 이정후는 한국 대표팀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했으며, 외신 등 주변의 평가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한일전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은 듯했다.

그는 "확실히 (일본 투수들의) 공은 다르더라. 경기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린다.

이정후는 모험과 도전의 바다에 뛰어들기 전 WBC 한일전을 통해 제대로 각성한 듯했다.

그는 이날 체코전에 관해선 "(1회 1사 3루 기회에서) 어떻게든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내야 땅볼이라도 쳐서 타점을 올리려고 했는데 안타로 연결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긴 했지만, 좋아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일 (한국의 8강 진출 여부가 달린) 체코-호주전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중국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면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체코에 7-3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13일 중국과 본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