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엔터 지분 15% 미만으로 줄일 듯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피하려면
보유지분 일부 처분 불가피

카카오, SM엔터 지재권 확보
글로벌 엔터사업 확대 발판 마련
하이브가 12일 내놓은 입장문에는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지분(15.78%)의 구체적인 처리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카카오에 SM엔터 경영권을 양보하더라도 당분간은 2대 주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이브는 당장 카카오에 보유 지분을 넘길 수는 없다.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은 국내법상 막혀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에 나선 카카오는 6개월 내에 공개매수 방식이 아니라 블록딜이나 장외매수 방식으로 SM엔터 주식을 취득하는 게 불가능하다.하이브는 지난달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 지분 14.8%를 산 뒤 공개매수를 통해 0.98%를 추가 확보해 15.78%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일단 하이브가 보유 지분을 15% 미만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1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당분간 주요 주주로 남아 사업 협력을 이어가면서 적절한 지분 매각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현재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식으로 하이브가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마무리하면 미뤄왔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절차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에서 1조1600억원을 조달하면서 수년 내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SM엔터 아티스트 및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 상장을 추진할 기반도 갖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업에선 경쟁력을 갖췄지만 K팝 아티스트 및 음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다.카카오는 오는 26일 공개매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대주주로서 SM엔터 경영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31일 SM엔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전격 합의로 SM엔터 창업자인 이 전 총괄이 어정쩡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그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는 현 경영진이 반기를 들자 하이브에 지분 14.8%를 우선 팔고 나머지 3.65%를 추가 매도할 예정이었다. 이날 이 전 총괄 측은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