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 보아가 걸은 23년…"누군가의 청춘 장식해 뿌듯"

코로나19 사태로 3년 늦게 데뷔 20주년 자축…속 '뻥' 뚫리는 라이브 과시
"누군가의 청춘에 제가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게 뿌듯합니다. 감사해요.

"
가수 보아가 "여러분 다 같이 불러주세요!"라고 외치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 스틸 마이 넘버 원'(You Still My No.1)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발매 후 21년이나 지난 노래지만 마치 엊그제 나온 히트곡인 듯 장내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흰 드레스를 입은 보아는 이를 지켜보며 뿌듯한 듯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열창을 이어갔다.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더 보아 : 뮤지컬리티'(THE BoA : Musicality)에서다.

보아는 지난 2000년 데뷔해 '넘버원'(No.1), '아틀란티스 소녀', '마이네임'(My Name), '걸스온탑'(Girls On Top) 등의 메가 히트곡을 배출하며 K팝 대표 댄스 디바로 우뚝 섰다. 특히 2001년 일본에 진출해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 '발렌티'(VALENTI), '메리크리'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인 최초로 오리콘 앨범 차트 1위와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이 덕분에 '아시아의 별'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격한 안무에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무기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8년에는 미국 진출도 시도해 이듬해 K팝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성과도 냈다.

그의 데뷔 20주년은 2020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늦은 2023년에야 기념 콘서트를 열게 됐다.

보아는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세 번째 미니음반 수록곡 '브리드'(Breathe)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밴드 합주에 맞춰 '카피 앤드 페이스트'(Copy & Paste),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 등 인트로에만 7곡을 쉴 새 없이 휘몰아치며 시원한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한 달 전 걸렸다는 감기로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에도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포기브 미'(Forgive Me) 무대에서는 직접 기타를 매고 로커로 변신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아는 "어제보다 말하는 목소리가 낫지 않느냐. 어제는 정말 (감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과 노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같았다"며 "이번 콘서트 콘셉트는 '다 같이 죽자'다.

자비 없는 콘서트라고 이야기했다"고 공연에 쏟는 열의를 소개했다.

또 "여러분들이 엄청나게 응원해줘서 기운도 많이 얻게 됐다"며 "자의는 아니지만 감기 때문에 한 달을 금주했다.

시원한 맥주를 너무 먹고 싶은데 마시지 못했다.

나는 술을 마시면 음치가 된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이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보아가 활동한 긴 기간에 걸맞게 20대부터 30∼40대까지 다양했다.

팬들은 보아를 상징하는 노란색 의상과 마스크를 쓰고 지난 20년을 되짚는 '시간 여행'에 함께했다.

보아 역시 이날 자신의 최대 히트곡 '넘버원'을 비롯해 '마이 스위티'(My Sweetie·2002년), '스파크'(Spark·2004년), '메리크리'(2004년), '모토'(MOTO·2005년) 등 옛 히트곡도 오랜만에 들려줘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아틀란티스 소녀'를 부를 때는 2층 객석 사이 사이를 비집고 장내를 한 바퀴 돌며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미국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과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인기 크리스마스 캐럴로 자리 잡은 '메리크리' 등 3개 국어를 오가는 세트리스트는 그의 폭넓은 지난 활약을 보여주는 듯했다.

양일간 열린 공연에는 선배 강타 외에 효연, 웬디, 슬기, 아이린, 수호, 시우민, 카리나, 윈터, 민호 등 많은 SM 후배가 찾아와 응원했다.

보아는 이날 데뷔 20주년 기념 정규 10집 수록곡 '리틀 버드'(Little Bird)를 마지막으로 공연의 막을 내렸다.

휘황찬란한 특수효과 없이도 춤과 노래 그 자체에만 집중해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꽉 채워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다음 달 1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콘서트의 열기를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