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찾는 데 쓰는 시간만 1년에 76시간…뉴턴은 달랐다 [책마을]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자료인데 어디에 뒀는지를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데 도대체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없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은 엉뚱한 곳에 보관된 메모와 파일 등을 찾느라 소비한 시간만 1년에 평균 76시간이다.

미국의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지식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업무 시간의 26%를 다양한 시스템에 분산된 정보를 찾고 통합하는 데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흩어진 정보들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 실패한다는 얘기다. 정보의 바다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하는 현상은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컨드 브레인>은 정보와 지식을 제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효율성 높은 디지털 보관소를 구축하는 요령을 알려준다. 생산성 전문가로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성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미국 출신의 티아고 포르테가 썼다. 포르테는 정보의 수집은 물론 이를 활용한 창작과 표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억 장치이자 생산 도구를 ‘세컨드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하면 ‘제2의 뇌’를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위대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살펴봤다. 아이작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은 모두들 기록을 습관화했다. 맨땅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없었다. 평소에 영감이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기록은 힘이 쎄다. 오늘 날에는 에버노트, 굿노트, 노션 등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기록의 힘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작정 기록을 해서는 원하는 효과를 100% 얻을 수 없다. 저자는 ‘CODE’라는 단어로 기록의 순서를 제시한다. 수집(Collect), 정리(Organize), 추출(Distill), 표현(Express)이다. 먼저 관심있는 자료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간단히 저장한다. 저장한 자료는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핵심만 파악하고 따로 정리해 둔다. 그런 다음엔 프로젝트나 목표를 실행할 때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면 된다. 전혀 다른 분야의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의 아이디어들을 연결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를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파인먼은 한 인터뷰에서 “관심 있는 사항들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며 “그리고 새로운 연구에 대해 듣거나 읽을 때마다 그 질문들에 하나씩 대입해 테스트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작업한 결과물과 중간 과정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취합하고 나만의 관점을 정교하게 다듬고 정립해야 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알려준다. 무턱대고 정보를 종류별로 나누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그는 “신선한 과일, 말린 과일, 주스와 냉동 과일을 모두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대신 어떤 요리에 쓸지를 고민하고, 그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는 것처럼 정보를 재분류하라고 강조한다. 정보를 채우는 만큼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비우거나 컴퓨터 바탕화면을 정리하면, 불필요한 정보를 줄이고 압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