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받고 병역면제 시나리오 팔았다…브로커 137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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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수사결과 발표검찰이 병역 면탈 전문 브로커 두 명과 이들의 도움으로 병역을 면탈한 사범 등 128명을 재판에 넘겼다. 브로커들은 발작 증세가 있는 것처럼 속여 병역 의무를 피하는 수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약 16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서 조기 소집해제를 노리는 사회복무요원의 병무 비리 사건도 적발해 관계자 7명을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이 같은 내용의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약 3개월간 뇌전증으로 위장해 병역 의무를 피하는 병역면탈 사건을 수사해왔다.합동수사팀은 병역 브로커 구모 씨(47)와 김모 씨(37)를 병역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행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은 프로운동선수와 연예인 등 병역 면탈자 106명과 이들의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범 20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단 수사 과정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한 병역 면탈자 두 명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병역 브로커들은 병역상담 카페를 개설해 병역의무자들을 유인한 뒤 뇌전증을 가장해 병역의무를 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이들은 의뢰인이 군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원할 경우 119에 허위 신고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직행하면 병무용 진단서를 빠르게 발급받을 수 있다며 ‘꼼수’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의뢰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300만~1억1000만원의 돈을 받았다.
브로커들은 의뢰인이 뇌파검사서 뇌전증 이상 소견이 받지 못했을 때는 4급(보충역)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1~2년에 걸쳐 진료기록을 관리해줬다. 또 최종 약물 검사서 양성반응이 나오도록 검사 직전 약물을 복용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구 씨와 김 씨는 이처럼 병역 면탈 수법을 알려준 대가로 각각 13억8387만원과 2억176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합동수사팀은 병역면탈 사건 수사 과정서 사회복무요원의 조직적 병무 비리 사건도 적발했다. 검찰은 서울 서초구청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연예인 A씨(31)를 병역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기소 했다. A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서초구청 복무 담당 공무원 B씨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C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A씨는 구 씨와 공모해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의사를 속인 뒤 약을 처방받았다. 처방 기록을 토대로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A씨는 재신체검사를 여러 차례 받으며 소집해제를 노렸다. 이 과정서 관계 공무원들은 A씨가 복무 부적합 소집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복무 부적응 근태자료를 만들기 위해 141일간 허위로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조작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병무 전담 형사부인 형사 제5부를 중심으로 병무청의 점검 결과를 함께 분석해 앞으로도 병역 면탈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정밀한 병역판정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병역면탈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