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10만원 부탁했는데 9만9000원 낸 후배"…황당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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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은 ATM 수수료라네요" 토로고물가 여파로 인해 결혼식 축의금 등 경조사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결혼식 축의금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MZ(밀레니얼+Z)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축의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온라인상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결혼식 성수기 앞둔 봄, 축의금 논란 이어져
결혼식 성수기인 봄을 앞두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축의금을 주제로 한 게시물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MZ 후배에게 축의금 전달을 부탁했다가 곤혹을 치렀다는 지난해 11월 직장인의 사연이 재조명됐다.'MZ세대 다르긴 다르네요'라는 글을 올린 A씨에 따르면 그는 결혼식 참석이 어려워 직장 후배 B씨에게 10만원을 송금하면서 축의금 전달을 부탁했다가 결혼식을 마친 후배 C씨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A씨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C씨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대뜸 "9만9000원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당황한 A씨가 경위를 묻자 B씨는 "ATM 수수료가 1000원이 나와서 9만9000원을 냈다"고 대답했다.
A씨는 "수수료로 1000원 더 송금해 달라고 했으면 줬을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수수료가 나왔다면 먼저 부담하고 나중에 '커피를 사달라' 등의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반면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MZ세대의 토로도 동시에 재조명됐다. 이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에 글을 올린 D씨는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원을 냈다가 '한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배가 '5만원 한 거 맞아? 내가 너한테 서운하게 한 거 있어?'라고 했다"며 "바쁜데 시간 내서 가줬더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선배가 '밥값이 8만8000원인데'라고 했다”면서 "밥값이 얼마인지 사전에 몰랐지만, 미리 알았더라도 5만원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MZ 세대들 사이에선 자신이 느끼는 친분에 따라 정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결혼식 참석 여부 및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축의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적정 축의금 액수는 5만원 48%, 10만원 40% 등이 다수를 차지해 평균 '7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남녀 모두 '당사자와의 친밀도'(남 81.3%, 여 85.3%)를 택했다. 뒤이어 '나의 경제적 상황'(남 10.7%, 여 8%), '주변 사람들이 내는 액수'(남 4%, 여 4%) 등의 답도 이어졌다.최근에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일부 MZ 사원들의 행동 양식에 의문을 표하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회식 때 고기를 굽지 않고 먹기만 하는 막내 직원을 비판하는 글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종종 보이는데, 과연 MZ세대의 사회성은 정말 낮을까.MZ세대의 사회성이 X세대(1965년~1982년생)보다 '사회성 점수'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사회성 발달 연구' 보고서에 이같은 결과가 담겼다. 지난해 6~7월 국민 5271명에게 온라인으로 생활 태도, 행동양식 등 사회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13∼18세(후기 Z세대·2004∼2009년생) 중고생 1471명, 13∼18세 학교 밖 청소년 400명, 대부분 대학생인 전기 Z세대(1996년∼2003년생) 800명,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후기 M 세대(1989년∼1995년생) 800명, 전기 M 세대(1983년∼1988년생) 500명, X세대(1965년∼1982년생) 1300명이다.
연구팀은 '나는 쉽게 친구를 사귄다', '나는 친구 혹은 직장동료에게 먼저 말을 건다', '나는 문제나 논쟁거리가 있을 때 친구 혹은 직장동료들과 대화로 푼다', '나는 학교나 직장에서 정한 일은 내가 싫더라도 지킨다' 등의 문장들에 대해 실천 빈도와 중요도를 물었다.이어 답변 내용을 토대로 사회성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평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사회성 점수가 평균보다 높은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유형, 평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점수는 평균보다 낮은 '일반패턴의 낮은 사회성' 유형, 평균과 다른 패턴을 보이는 '비일반패턴의 불안정한 사회적 행동' 유형이다.
가장 긍정적인 유형인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비율은 Z세대 학생 청소년에서 52%로 가장 많았고, 후기 Z세대인 대학생(49%), 전기 M 세대(42%), 후기 M 세대(20%) 순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서 X세대의 비율은 19%에 그쳤으며, 학교 밖 청소년은 7%에 불과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집단과 X세대의 경우 '비일반패턴의 불안정한 사회적 행동' 유형이 각각 51%와 42%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패턴의 낮은 사회성' 유형이 43%와 39%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패턴의 높은 사회성' 비율은 각각 7%와 19%로 세대·집단 중 최하위권이었다.연구팀은 "세대 간 대결 구도에 가려진 세대 내 이질성에 주목해 사회성이 취약한 '세대'가 아니라 사회성이 취약한 '집단'에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