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동아리 못하겠어요"…대학가 파고든 'JMS 파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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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포교, 대학 동아리서 다수 발생최근 사이비종교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파장이 대학가까지 덮쳤다.
새내기들 "의심 때문에 가입 어려워"
"분별 어려워...의심 들면 피해야"
3월 신학기를 맞아 각 대학에서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논란에 몸을 사리는 신입생들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는 신이다'에서 여신도 성폭행 사례가 소개된 JMS '위장 동아리 명단'이 공유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학 동아리 가입 이후 JMS 관련 각종 피해 사례들이 공유돼 가입이 더욱 신중해진 분위기다.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된 김모 씨(20)는 "대학 오면 제일 하고 싶은 게 동아리 활동이었다"면서도 "종교 관련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가입할 때 사이비 의심을 해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4학년 이모 씨(24)도 "(코로나 여파로) 이제 막 좀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즐기나 했는데, 졸업한 선배들이 와서 동아리 가입을 권유할 땐 의심되는 순간이 있다"며 "정말 일부 동아리만 그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방송을 보고 걱정이 커졌다"고 토로했다.JMS에서 부총재까지 맡았다가 탈출해 현재 관련 피해자 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김경천 목사는 자신이 JMS에 빠지게 된 계기로 '대학교 동아리 모임'을 언급한 점도 대학생들 사이 화제가 됐다.
김 목사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 목사는 "(동아리 모집 당시 포교하러 다가오는 사람들의 )지나친 친절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워킹 모델, 재즈, 리틀야구단, 축구단, 봉사활동 등 모든 아이디어를 배출해서 포섭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하다. 대학교 신입생 들어오면 누가 친절하게 와서 멘토를 해준다. 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실제로 2017년에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박모 씨(27)는 "새내기 때 정문 앞에서 본인이 졸업생이라며 '모델 해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하며 다가오는 언니가 있었다"며 "그때는 호기심에 가입해볼까 했는데 알고 보니 JMS 관련 단체였고, 최근 방송에서 '정명석이 키 큰 여대생을 좋아한다'고 한 것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토로했다.이화여대는 포교 활동 피해 사례가 많이 속출했던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JMS는 주로 정문 앞을 비롯해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포교 활동을 벌인다. 수업 도중 가입을 권유하거나, 화장실에 전단을 붙이고, 본인이 졸업생임을 강조하며 신입생에게 접근하는 사례도 있었다.
성신여대에서도 17년 동안 댄스 동아리로 위장한 JMS 동아리가 운영됐다가 최근에 제명된 사실이 최근에 뒤늦게 알려졌고, 성균관대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퍼스널컬러를 찾아주고 화장법을 코치해준다고 한 뒤 행사가 끝나자 접근해온 사례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랜선 코칭, 모의 면접과 심리테스트 등으로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교묘하게 포교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 이모 씨(26)는 "새내기 때 어떤 만삭 임산부가 와서 졸업생이라며 도움을 청하길래 처음에는 들어줬다"면서도 "갑자기 교회를 다니냐고 물으며 대화가 이어지던 도중, 멀리서 지켜보던 선배가 급하게 와서 내 손을 잡고 그냥 막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만 코로나19(팬데믹) 이후 이제 막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대학생들 중엔 일단 동아리 가입을 한 후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새내기가 된 연세대 1학년 김모 씨(20)는 "우리 학교에서 JMS 관련 동아리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모든 동아리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무조건 피하면 누리고 싶은 것을 못 누리게 되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직을 맡은 한 대학의 4학년 고모 씨(25)는 "대학 동아리 자체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라며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가입 권유를 하는 것이 눈치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 될 것이 없는 동아리를 강조하고 건강한 동아리 문화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JMS 파장이 거세지자 개강 직후 대학에서 동아리 신입생 모집이 이어지면서 총동아리연합회 등 학교 차원에서 전수 조사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위장 동아리를 모두 검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JMS 관련 동아리라고 증명할 명확한 증거 등이 없는 탓에 학생들에게 주의가 요구된다.
대학에서 스며들듯 퍼진 사이비 종교의 활동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개된 장소라는 점과 실제 재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우도 다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비 종교의 모든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반응이다. 교문 밖 인근에서 이뤄지는 포교 활동을 단속할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한 신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이비 관련 종교는 사법 체계 안에서 사이비라고 판정이 나거나 그에 상응하는 유죄판결을 받은 단체라고 보면 된다"면서도 "다만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동아리, 모임 등 단체에서 위장해 접근하는 것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렇지만 "가입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고 누구를 위한 종교인지 살펴봤을 때 의심이 들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