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Q&A] 美금리인상 여파에 16위 은행 파산…당국 예금보호 등 진화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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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등 뱅크런…하루에 전체 예금 24% 인출 충격 못 견뎌
일부 은행에 전이 가능성…'제2 리먼 사태' 가능성은 낮은 듯
(샌프란시스코·서울) 김태종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VB는 미국 내 16위 은행으로, 이번 사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 금융기관 파산으로는 최대 규모다.
미국 당국은 SVB 폐쇄 결정 이틀 만인 12일에 SVB 예금 전액 보호와 함께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대출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SVB가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와 미 정부의 조치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SVB는 어떤 은행인가
▲ 198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SVB는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 특히 신생 스타트업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들에 몰린 데 힘입어 SVB의 총예금은 2021년 한해 86% 급증했다. 2021년 말 총자산은 2천110억 달러(279조원)로 지난해 말 기준 미 은행 순위 16위까지 치솟았으며, 미국 기술·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 왜 위기에 빠졌나
▲ SVB는 스타트업들이 맡긴 예치금으로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리콘밸리 등의 유동성이 마르자 기업들이 예치금을 인출해가면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 SVB는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했지만, 고금리로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한 만큼 큰 손실을 보았다. 이후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속에 유상증자 시도마저 실패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난 9일 하루에 SVB 총 예금(1천754억 달러)의 24%에 이르는 42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 규모의 인출이 몰렸는데, 이 정도로 단기간에 막대한 뱅크런이 벌어지면 감당할 수 있는 은행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 다른 은행으로 확산 가능성은
▲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SVB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한 은행이 있을 수 있다. 특히, SVB급 이하의 중소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08년처럼 시스템의 위기로 전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SVB처럼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투자했거나 초과 현금을 대부분 미 국채에만 투자해 보유한 은행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차이점은.
▲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수준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먼브러더스는 2007년 시작된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파산했다. 당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한 복잡한 파생상품들이 당국과 월가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히고설켜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이 증폭됐다. SVB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가 원인이지만, 2008년 당시처럼 파생상품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것은 거의 없다.
--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괜찮을까
▲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상당수는 SVB와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VB에 따르면 미국 기술·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가 고객이다.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들은 자금이 묶이게 돼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미 당국이 예금을 전액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 미 당국 대응은
▲ 미국 정부는 12일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런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
--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 이번 사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지난주까지는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이번에는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권의 불안을 키워온 결과 이번 SVB 사태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인상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
taejong75@yna.co.kr
/연합뉴스
일부 은행에 전이 가능성…'제2 리먼 사태' 가능성은 낮은 듯
(샌프란시스코·서울) 김태종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VB는 미국 내 16위 은행으로, 이번 사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 금융기관 파산으로는 최대 규모다.
미국 당국은 SVB 폐쇄 결정 이틀 만인 12일에 SVB 예금 전액 보호와 함께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대출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SVB가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와 미 정부의 조치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SVB는 어떤 은행인가
▲ 198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SVB는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 특히 신생 스타트업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들에 몰린 데 힘입어 SVB의 총예금은 2021년 한해 86% 급증했다. 2021년 말 총자산은 2천110억 달러(279조원)로 지난해 말 기준 미 은행 순위 16위까지 치솟았으며, 미국 기술·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 왜 위기에 빠졌나
▲ SVB는 스타트업들이 맡긴 예치금으로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리콘밸리 등의 유동성이 마르자 기업들이 예치금을 인출해가면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 SVB는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했지만, 고금리로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한 만큼 큰 손실을 보았다. 이후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속에 유상증자 시도마저 실패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지난 9일 하루에 SVB 총 예금(1천754억 달러)의 24%에 이르는 42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 규모의 인출이 몰렸는데, 이 정도로 단기간에 막대한 뱅크런이 벌어지면 감당할 수 있는 은행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 다른 은행으로 확산 가능성은
▲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SVB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한 은행이 있을 수 있다. 특히, SVB급 이하의 중소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08년처럼 시스템의 위기로 전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SVB처럼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투자했거나 초과 현금을 대부분 미 국채에만 투자해 보유한 은행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차이점은.
▲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수준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먼브러더스는 2007년 시작된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파산했다. 당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한 복잡한 파생상품들이 당국과 월가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히고설켜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이 증폭됐다. SVB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가 원인이지만, 2008년 당시처럼 파생상품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것은 거의 없다.
--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괜찮을까
▲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의 상당수는 SVB와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VB에 따르면 미국 기술·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가 고객이다.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들은 자금이 묶이게 돼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미 당국이 예금을 전액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 미 당국 대응은
▲ 미국 정부는 12일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런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
--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 이번 사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지난주까지는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이번에는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권의 불안을 키워온 결과 이번 SVB 사태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인상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
taejong75@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