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선수도 '양손 장갑'에 아이언 커버까지

양손 장갑은 아마추어 여성 골퍼 전유물이 아니다.

13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9위를 차지한 에런 라이(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내내 검은색 골프 장갑을 양손에 낀 채 경기해 눈길을 끌었다. 3라운드 때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 1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한 라이는 당시 영상에서 양손 장갑을 낀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장갑을 아예 끼지 않는 선수는 드물지 않지만 양손 장갑을 낀 채 경기하는 남성 프로 선수는 라이 말고는 흔치 않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양손 장갑 착용 선수는 톰 게이니(미국)다. 2012년 맥글래드리 클래식에서 PGA투어에서 한차례 우승을 거둔 게이니는 별명이 '양손 장갑'일 만큼 제법 유명했다.

라이도 게이니와 똑같이 검은색 양손 장갑을 끼는데 앞으로 '양손 장갑' 별명은 라이가 넘겨받을 태세다.

올해 48세인 게이니는 사실상 PGA투어에서는 물러났지만, 29살 라이는 2020년 스코티시 오픈에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를 연장에서 제치고 우승을 거두는 등 DP 월드투어에서는 2승을 올렸고 작년부터 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잘 적응하고 있다. 야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라이는 "8살 때 골프 대회에 처음 나섰는데 그때부터 늘 양손에 장갑을 꼈다"고 말했다.

라이는 "한번은 아버지가 장갑 한쪽을 잊어버리고 한쪽만 가방에 넣는 바람에 한손에만 장갑을 낀 채 경기한 적이 있었는데, 아주 끔찍했다"면서 "그립 감각도 잃어버리고 플레이가 엉망이었다.

그때부터 반드시 양손에 장갑을 꼈다"고 설명했다. 라이는 또 아이언에 모두 커버를 씌운 채 경기에 나서는 것도 남다르다.

어릴 때 어려운 형편에도 비싼 골프채를 사준 아버지 덕분에 생긴 습관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4살 때부터 골프 장비를 사주셨다.

7살 때 아버지가 타이틀리스트 아이언을 사주셨는데 자랑스럽고 좋았다.

골프장 회비도 내주셨고, 입장료도 내주셨다.

절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는데 항상 가장 좋은 클럽을 사주셨다.

라운드가 끝나면 아버지는 늘 아이언 하나하나 핀으로 그루브를 청소하고 기름칠하셨다.

그리곤 아이언 커버를 씌우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라이는 "어릴 때부터 아이언에 커버를 씌웠고, 그건 내가 가진 물건의 가치를 고맙게 여기는 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