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남자와 무식한 여자…이들은 어떻게 사랑에 빠졌나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연극
'추남, 미녀' 4년 만에 재공연
변변치 않은 외모의 똑똑한 남자와 아름답지만 머리가 나쁜 여자의 사랑 이야기. 연극 ‘추남, 미녀’가 4년 만에 돌아온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설정이지만 참신한 전개와 진지한 메시지로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추남, 미녀’를 다음달 12일 개막한다고 13일 밝혔다.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2019년 초연한 뒤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작품은 17세기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의 ‘도가머리 리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도가머리는 머리털이 부스스하게 일어선 것을 놀리는 단어다. 동화는 도가머리 모양의 명석한 추남 왕자와 외모만 뛰어난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의 토대가 된 소설은 동화의 기본 줄거리를 유지하되 추남 왕자는 천재 조류학자 데오다로, 아름다운 공주는 미녀 모델 트레미에르로 현대화했다.

이야기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란 진부한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 데오다와 트레미에르 각각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 두 사람은 편견에 가득 찬 세상이 남기는 상처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먼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그런 남녀 둘이 만나 서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인정해주는 사랑이다.

연극은 2인극, 1인 다역으로 진행된다. 두 명의 배우가 러닝타임 100분 동안 20개 역할을 연기한다. 남녀 배우가 각각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를 비롯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수시로 오가며 표현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4년 전 초연과 달리 남녀 배우를 더블 캐스팅했다. 추남 데오다 역은 202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배우 백석광(사진)이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맡는다. 배우 김상보도 새로 캐스팅됐다. 트레미에르 역은 걸그룹 티티마 출신 배우 김소이와 2020년 서울연극제 인기상을 받은 배우 이지혜가 맡는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초연과 비교해 스토리 전개 순서가 달라지는 등 서사를 보다 탄탄하게 보완했다”며 “더블 캐스팅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과 각색은 각각 이대웅, 허영균이 맡았다. 공연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5월 21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