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진이 무슨 죄…서혜진 방패막이 된 '불타는 트롯맨' TOP7 [종합]

'불타는 트롯맨' TOP7 기자간담회
우승자 손태진 "이런저런 일들 있었지만…"
"경연자들 서로 더 의지하려 노력"
가수 손태진, 신성, 박민수, 공훈, 김중연, 민수현, 에녹이 MBN '불타는 트롯맨'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가수 손태진을 필두로 한 '불타는 트롯맨' TOP7이 새로운 도약을 예고했다. '황영웅 하차' 등 각종 논란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경연에 집중했다고 밝힌 이들은 앞으로 전국 투어·월드 투어 등으로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MBN '불타는 트롯맨' TOP7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손태진, 신성, 민수현, 김중연, 박민수, 공훈, 에녹이 참석했다. 진행은 아나운서 김정근이 맡았다.'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PD가 퇴사 후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 MBN과 함께 선보인 새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약 3개월간의 치열한 경연 끝에 성악가 손태진이 제1대 트롯맨에 등극했다. 이날 손태진은 "너무 감사한 상을 받았다"면서 "1위를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결승전에 올라간 순간부터 행복하고 즐길 일만 남았다는 생각을 공통으로 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 6억 2000만원을 어디에 쓸 거냐는 물음엔 "아직 일주일밖에 안 돼서 구체적인 생각은 안 해봤다"면서도 "TOP7을 비롯해 여러 동료들과 꼭 시간 내서 여행을 가자는 얘기를 했었다. 꼭 카메라가 없는, 휴식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답했다.'트로트 붐'을 일으킨 서 PD의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불타는 트롯맨'은 관심의 크기만큼이나 논란도 적지 않았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황영웅이 과거 폭력, 상해 전과로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하차했고, 결승 1차전에서는 투표 집계 오류가 발생해 결과를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각종 부정적 이슈가 불거졌던 프로그램이기에 관련 질문이 나올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이날 행사는 제작진 없이 TOP7만 참석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황영웅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차 없이 결승 1차전까지 소화해 비판 여론이 거셌고, 투표 집계 오류 문제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자리를 피했다.

논란의 무게는 고스란히 TOP7이 지게 됐다. 이들에게 답변을 강요할 수도, 할 필요도 없는 사안임이 분명했지만 TOP7만을 내세운 제작진의 결정은 결국 참가자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상황을 자초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진행자인 김정근 아나운서는 "TOP7과 관련한 질문만 해달라"고 안내했다. 어떤 질문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질문을 골라서 받겠다는 의미였다.이후 TOP7을 향해 우승자로 점쳐졌던 황영웅이 하차한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경연을 이어갔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진행자는 "이 자리에 없는 분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막아섰고, 결국 손태진을 향해 날 선 질문이 이어지고 말았다.
한 취재진은 손태진에게 '황영웅의 하차로 어부지리 우승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고, 손태진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경연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집중해서 각자의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서로 더 의지가 돼야 했었고, 그러려고 노력했다. 가수로서 노래하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인데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떻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프로그램 책임자인 서 PD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손태진이 짠할 지경이었다. 우승의 기쁨을 맘껏 누리기도 모자란 시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안일한 제작진의 태도에 황당한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행사 시작 전 화이트데이를 맞아 준비했다며 취재진에게 직접 초콜릿을 돌린 TOP7의 정성이 측은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TOP7은 최선을 다해 제작진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드러냈다. 같은 시기에 방송된 '미스터트롯2'가 아닌, '불타는 트롯맨'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손태진은 "난 타 장르를 하는 사람으로서 '물이 다른 트롯, 결이 다른 프로그램'이라는 문구가 좋았다. 다양한 모습들이 나올 수 있을 만한 무대가 되겠다는 저 자신만의 확신, 신뢰가 있었다"고 답했다.
신성은 "'미스터트롯' 출연자로서 시즌2까지 나간다면 식상함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불타는 트롯맨' 쪽이 조금 더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제작진분들이 ('미스터트롯') 시즌1 때 TOP7을 스타로 만들지 않았느냐. 그 기획력을 보고 이쪽을 택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타는 트롯맨' 쪽이 화제성이 더 높더라. 관계자분들이나 지인분들 사이에서 '불타는 트롯맨'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걸 보고 내 선택에 대해 뿌듯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수현은 "불타는 트롯맨'이 원석 발굴의 취지가 강했다. 9년 차가 되도록 활동했어도 아직 대중들에게 이름을 많이 알리지 못하고, 얼굴을 많이 알리지 못했다. 원석이 돼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특히 김중연은 "맛있는 식당에서 요리하는 주방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서 그 요리를 먹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다"고 직접적으로 서 PD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민수는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고민이 없었다"고 했고, 공훈 역시 "예고편 문구부터 끌렸던 게 사실이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주는 분들이 함께했다고 하더라. 이쪽이 더 끌렸다"고 밝혔다.

에녹도 "같은 마음"이라면서 "원석을 발굴한다는 거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하나는 제작진분들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불타는 트롯맨'을 시작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손태진은 "제1대 트롯맨의 왕관이 무거울 것 같은데 그만큼 더 노력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성은 "우리가 그간 숨은 명곡을 대중들에게 많이 불러드렸는데 내게 남은 건 히트곡을 남기는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민수현은 "이 자리에 걸맞게 열심히 활동하고, 진솔하고 행복을 드리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고, 김중연은 "퍼포먼스 트로트 계의 일인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박민수는 "TOP7과 '불타는 트롯맨'을 넘어 전국의 비타민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고, 공훈은 "음식에서 '단짠'이 최고의 궁합이지 않냐. 내 무대에서 '단짠'을 골고루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에녹 또한 "주신 관심과 성원에 걸맞은 무대를 약속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