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SVB 사태' 불똥…연초 상승분 모두 토해냈다

투심 위축에 4대 금융지주 급락
정부 '은행 때리기'도 부담 요인
연초 ‘반짝 랠리’를 펼친 은행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금융주가 폭락하자 국내 은행주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탓이다.

14일 KB금융 주가는 3.78% 내린 4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신한지주(-2.64%) 하나금융지주(-3.86%) 우리금융지주(-3.42%) 등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SVB 파산에 따른 미국 은행주 폭락이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KB금융은 지난 1월 16일 6만원까지 상승했지만 이날까지 19.33% 하락했다. 연초 은행주를 담던 외국인들도 매도세도 전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KB금융과 신한지주를 각각 2865억원어치, 122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VB 사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SVB의 고객사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에 집중된 만큼 국내 은행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SVB와 비슷한 자산 구조를 지닌 지역은행들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으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 때리기’에 나선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인하 압력에 따라 2분기에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심리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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