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물과 멜로물의 절묘한 조화 [별 볼일 있는 OTT]

애플TV플러스 ‘리에종’
스릴러나 범죄영화 등 이른바 장르물에서 로맨스는 일종의 ‘양념’ 같은 존재다. 극의 전개를 위한 설정이거나 분위기 환기를 위한 장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리에종’(사진)은 장르물의 전형을 거부했다. 테러와 스릴러를 내세우면서도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러브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리에종’은 총 6부작으로 현재까지 4회분이 공개됐다. 매주 금요일 하나씩 에피소드가 더해진다. 시리즈는 2회째부터 애플TV플러스 전체 콘텐츠 1위에 올랐다. 미국 에미상 수상 드라마 ‘24’의 스티븐 홉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프랑스 출신 뱅상 카셀, 에바 그린이 주연으로 나온다.이야기는 오랜 연인관계였던 민간 정보요원 가브리엘(뱅상 카셀 분)과 영국 내무부 장관의 보좌관 앨리슨(에바 그린 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어느 해커 일당을 찾게 된다. 영국에 테러가 일어날 것을 알게 된 해커들이다. 작품 속에선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와 시리아로 연결되는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 온갖 첩보와 정치적 음모가 난무한다.

시리즈의 초반은 테러물 장르의 특성이 부각되지만 1회 후반부터 가브리엘과 앨리슨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두 배우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서로를 바라볼 때마다 장르 자체가 로맨스로 바뀌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극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이 다시 끈끈하게 연결될 것 같은 가능성을 키우며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한다. 테러 위협을 제거하는 과정과 사랑의 감정이 다시 깊어지는 전개가 강력한 상승작용을 불러온다.

아쉬운 점은 팽팽한 긴장감의 궤도로 접근하는 과정이다. 초반에는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단숨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두 배우의 뜨거운 눈빛과 마주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