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색하면 마약 안 나온대'…'더글로리' 금발머리 이유 있었나

사진 = 김히어라 인스타그램

최근 마약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모 혹은 탈색과 염색을 반복하거나, 수액을 맞아 마약 농도를 낮춤으로써 수사를 회피할 수 있냐는 문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세계적 흥행몰이 중인 '더 글로리' 시즌1에서 약쟁이로 불리는 이사라(김히어라 분)는 최혜정(차주영 분)이 경찰서에 손명오(김건우 분) 실종 신고를 하자 극도로 분노했다. 손명오가 마약 공급책이었던 터라 자신의 투약까지 덜미를 잡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 시즌2로 돌아온 이사라는 금발에 가까운 탈색 머리로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이사라가 수사망을 피하려 탈색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했다.

탈색을 반복하면 모발에 남은 마약 성분이 검출 안 된다는 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여러 차례 탈색과 염색을 반복한 뒤 경찰 조사에 출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색과 염색을 반복하면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가 경찰에 소환될 당시 전신 제모를 했던 사실은 경찰이 모발과 다리털도 채취해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하며 드러났다. 당시 박유천의 체모 대부분이 제모 된 상황이었지만 다리털 등을 통해 마약 정황이 드러났다.

수액을 맞아 체내 마약 농도를 낮추려는 경우도 있다.

'더 글로리'에서 이사라의 모친은 딸이 마약 투약 후 남성들과 나뒹굴어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수행한 의료진에게 링거액을 놓을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탈색하거나 수액을 맞는 것은 물론 사우나를 통해 땀을 배출하는 것도 마약 범죄 회피에는 소용이 없다.

마약 수사에서는 모발과 소변 검사가 동시에 이뤄지며 모근에도 3일 정도 마약 성분이 남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는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기 위해 소변 검사와 모발 검사를 주로 하는데, 소변 검사는 보통 3∼7일 정도면 흔적이 사라져, 일주일보다 더 전에 했던 마약 투약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모발 검사를 막기 위해 모든 털을 검사하게 된다.

국과수에 따르면 눈썹·음모 등 체내 짧은 털뿐만 아니라 손톱·발톱 등으로 마약 성분 검출이 가능하며 제모 뒤 자란 머리를 뽑으면 모근에 가까운 만큼 최근 투약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예전에는 탈색 염색 등으로 회피하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시도가 소용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됐다"라며 "입원 치료 마약 중독자들의 경우 혈중 농도를 낮추고 배설을 촉진하기 위한 치료 목적으로 수액을 투여하긴 하지만 일종의 해독 작용일 뿐 혈중 마약 성분을 없앨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오히려 탈색 등을 통한 회피와 수사 방해 사실이 드러나면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재판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