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명계 모임의 반성…"'졌잘싸'에 빠져 국민 신뢰 잃어"

"정치 양극화로 사실 해석조차 달라져"
李 대표 관련 논의 無…내홍 부담됐나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14일 토론회를 통해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1년 동안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로 가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결국 (민주당이) 당내 사법 문제나 정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비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길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2시간가량 '대선 1년, 평가와 교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종민·이원욱·윤영찬·홍영표·조응천 의원,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해 한국 정치 전반 상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에 정치와 국회가 실종됐다"며 "(한국 정치가) 양극화로 사실에 대한 합의마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공 영역은 민간 영역의 발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가 있고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국회 논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양극화로) 최소한의 사실을 보는 관점조차 다르다"며 "정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국회에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쟁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민주당을 성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당이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로 당이 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해서는 "촛불 정권은 적폐를 청산하고 사람들을 감옥 보내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개혁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민주당이 개혁 정당으로 나가기 위해선 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의원은 "승자독식 대통령제와 양자 독식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며 "(개헌을 포함해)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로의 정치개혁, 분권형 권력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롭게 변화한 유권자 속에서 어떤 정치를 해 나갈지 국민들께 제시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길에서 관련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현안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 대표와의 오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의 길) 의원들에게 얘기해보고 이 대표에게도 여쭤봐야 한다. 아직 논의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