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시중 통화량 6.7조 감소…9년 5개월만 하락

가계와 기업, 수시입출식 저출성예금서 26조원 빼내
"기준금리 인상 효과"
사진=뉴스1
지난 1월 시중 통화량이 9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가계와 기업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 26조원 가까운 자금을 빼면서다.

한국은행이 15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평균 광의 통화량(M2·평잔)은 380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0.2%(6조7000억원) 줄었다. 통화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3년 8월(-0.1%) 이후 9년 5개월 만에 처음이며, 증감률도 2011년 1월(-0.3%) 이후 가장 낮았다.한은은 앞서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11월보다 0.2%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기초자료 보완, 정기 계절변동 조정(2018∼2022년 대상)을 거치면서 지난해 12월 수치가 0.1% 증가로 변경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금융상품 중에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 25조8000억원이 빠졌다.

반대로 정기 예·적금은 18조9000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 있던 자금이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머니마켓펀드(MMF, 15조4000억원)와 수익증권(4조2000억원)도 증가했다.주체별로 보면 가계와 비영리 단체에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14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기업의 수시입출식저축성 예금과 금전 신탁 등은 4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저축성 예금만 포괄하는 좁은 의미의 통화량(M1)은 1207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3조4000억원(-2.7%) 줄었다.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만기 2년 이상의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유동성(Lf)은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국채·지방채까지 포함한 광의 유동성(L)은 1.2% 증가했다.

통화량이 감소한 것을 두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다.한은은 이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을 점검하면서 "통화량 증가율이 한은의 두 번째 금리인상기였던 2011년 6월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