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망' 영월 헬기 사고 목격자 "쾅 소리 후 공중분해 추락"

기체 산산조각, 기름 냄새 진동…헬기 걸린 전선 피복 벗겨져
송전탑 보수공사 자재 나르던 중 사고…조종사 등 2명 숨져
"헬기 꼬리가 전선에 닿으면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공중분해 되는 게 영화의 한 장면 같더라고요. '아차! 이거 큰일 났구나' 싶어서 신고했죠."
15일 강원 영월에서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민간 헬기 1대가 전선에 걸려 추락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주민 남순만(65)씨는 사고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표현했다.

남씨는 "헬기 소리가 다른 때보다 유별나게 커서 마당에 나와서 쳐다봤더니 헬기가 저쪽(평창)에서 이쪽(영월) 송전탑 쪽으로 오다가 방향을 바꿔서 돌더니, 꼬리가 전선에 닿으면서 굉음과 함께 공중분해가 되고 잔해물이 우수수 떨어졌다"라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월군 북면 공기리 산 중턱의 사고 현장은 산산이 조각 난 기체가 송전탑 바로 아래 돌탑 인근에 흩어져 있었다. 꼬리 날개 부분은 기체에서 20∼30m 아래 떨어진 곳에 있었고, 송전탑 전선은 끊어지지는 않았으나 피복이 벗겨진 모습이 맨눈으로도 또렷이 보였다.
남씨가 '공중분해'로 설명한 것처럼 사고 당시 꼬리 날개가 전선에 걸려 조각난 뒤 추락했음을 짐작게 했고, 헬기 소리가 유별나게 컸다는 설명에서는 비행고도가 평소보다 낮았거나 비행경로가 평소와 달랐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행히 헬기 추락으로 인한 화재 등 2차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폭발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항공유 냄새가 진동했다. 100가구 200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이른 아침부터 구급차와 경찰차가 오가고, 경찰과 소방대원 등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에 '무슨 일이라도 난 걸까' 겁이 난 주민들은 삼삼오오 사고 현장 인근으로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저기가 시커메졌잖아. 저기서 쾅 떨어졌대"라며 목격담을 공유하거나 "불은 안 났는지 모르겠다"며 현장 인근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요 며칠 전부터 헬기가 왔다 갔다 했대요. 송전탑에 무슨 공사 한다고 헬기 밑에 뭔 자루를 달았더라고요.

그래서 저 위에 송전탑에는 다 나르고, 이번에는 여기 나른다고 하더라고요…"
목격자 남씨 말 따라 사고 현장에서는 헬기가 달고 있었던 포대가 발견됐다.

포대 안에는 헬기가 운반 중이던 전선 더미가 담겨 있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6분께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AS350B2 기종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 A(65)씨와 화물 운반 업체 관계자 B(51)씨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헬기는 산불 진화용으로 강원도에 임차됐으나 산불 진화 임무에서 제외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