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유독가스·분진, 환경·건강에 영향 없나

대기·수질서 특이점 나타나지 않았으나 "세밀 모니터링·연구 지속해 필요"
"밀폐공간서 발생하지 않아 인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크게 없을 듯"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발생 나흘째인 15일에야 불이 완전히 꺼진 가운데 타이어 21만 개가 타면서 발생한 매캐한 연기와 유독가스, 분진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 직원의 건강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5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공장 물류창고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21만 개가 모두 불에 탔다.

타이어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한 연기와 분진이 근처 아파트단지와 주택가까지 날라와 주민들은 검은 분진을 계속 닦아내야 했고 전날까지도 공장 근처에서는 잔불로 인한 연기와 매캐한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불이 크게 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지금까지는 호흡 곤란 등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타이어의 주재료는 스티렌 부타디엔 합성고무(SBR)로, 이 물질은 연소하면 유기과산화물을 생성한다.

유기과산화물은 자기반응 물질로 이번 사고에서 들린 폭발음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기과산화물과 같은 발암성 물질이 인체와 직접 접촉하면 피부염을 일으키기 쉽고 눈에 심한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타이어 화재를 위험이 많은 사고로 규정했는데, 특히 타이어가 타면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로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면 암 발병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독가스와 유독물질이 직접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높은 농도의 유독물질이 사람에 노출되면 문제이지만, 연기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희석이 어느 정도 된 상태라 인체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단순히 연기가 다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화재 전후 대기질을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전후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복합악취 등 대기질을 조사한 결과, 화재로 인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 화재 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약 45㎍/㎥이었으며 화재 후 13일 미세먼지 농도는 51㎍/㎥로 4㎍/㎥ 증가했으나, 모두 기준치인 150㎍/㎥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도 화재 전 평균 9㎍/㎥에서 화재 후 13일과 전날 오후 7시에는 8㎍/㎥로 큰 차이가 없었고, 복합악취도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 화재는 대기오염 외에도 토양·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특히 이번에 불이 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불과 300m 떨어진 곳에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나흘 동안 불을 끄기 위해 많은 양이 투입된 소방용수와 불에 타버린 고무 성분이 섞인 소방폐수 일부가 강으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양과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강 변을 산책하다 불에 타버린 공장을 바라보던 60대 주민 김모 씨는 "공장과 금강변이 생각보다 무척 가까워서 놀랐다"며 "금강이 우리 식수이기 때문에 수질 문제는 없을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환경보호청은 타이어가 탈 경우 1개당 약 3.7ℓ의 기름과 중금속, 가스 등으로 분해돼 토양과 강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하성 교수는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되는 포 소화약제에는 계면활성제가 다량 들어가 있는데 이 성분과 고무 성분이 섞여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 수질을 오염시켜 물고기 등 수질 생태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장 근처 하천과 강에 대한 수질 오염 측정은 대전보건환경연구원과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수질 오염과 관련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물고기 폐사와 같은 수질 오염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정확한 수질 검사를 위해 시료를 분석하고 있고, 공주와 세종 등 금강 물줄기가 이어지는 인근 지역들까지도 수생생태계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환경연구원도 공장 인근 하천과 강의 상·중·하류 지점에서 회수해 간 시료 채수를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 등으로 인한 환경 사고에 관한 감시 모니터링과 시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세밀한 환경보건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유독물질이 노출됐으면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노출이 됐는지 기록을 남기고 모니터링을 더 세밀하게 해야 하고, 사고로 인한 환경 오염원이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보건 연구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데이터와 분석이 쌓여야 보다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한 임시 건강진단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