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세계 1등이 PER 7배?…외국인 쓸어담는 이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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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3월 들어 시장이 예상치 못한 색깔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빠른 대처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불길이 번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장은 태풍전야처럼 고요합니다.

환율도 널뛰고 있습니다. 투자 시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외국인들에겐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죠. 그런 와중에 이달 들어 외국인이 쓸어담고 있는 종목이 있습니다. 건설기계 업체 두산밥캣입니다.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두산그룹의 핵심 회사로 자리매김한 회사죠.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두산밥캣을 바구니에 담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켓PRO가 두산밥캣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미운오리새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10일 두산밥캣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습니다. 신용등급(Ba3)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앞서 무디스는 2020년 5월 두산밥캣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린 바 있습니다.
탄탄한 실적이 신용을 높였습니다. 두산그룹을 유동성 위기에 빠뜨렸던 10여년 전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당시 두산은 5조원에 두산밥캣을 인수했지만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휘청이게 됩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로 불렸던 두산밥캣은 부활에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6219억원, 영업이익 1조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80%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두산밥캣 주가는 14%가량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에 2배에 달합니다.

대량 물량 출회(오버행) 이슈가 해소됐다는 점도 호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은 보유 중이던 두산밥캣 주식 486만주를 전날 종가 대비 6.87% 할인된 3만6600원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오버행 이슈로 짓눌려있던 주가는 뛰었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여잡았습니다.

오버행 해소되자 목표주가 줄상향

유동성 위기로 줄줄이 보유 회사를 매각해야했던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지켜냈습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 농업 기계를 생산합니다. 콤팩트 장비로 불리는 소형 건설기계, 농업·조경용 소형 장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약 80%에 달합니다. 지난 2021년에는 두산산업차량을 인수해 산업차량 부문에도 진출한 상태입니다.

실적의 70%는 북미시장에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환율이 실적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북미 건설 경기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주택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5만7000원으로 약 45%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영업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이 두산밥캣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재 PER을 7배 수준으로 동종업계 평균 PER인 19배에 한참 못미칩니다. 다올투자증권은 두산밥캣의 적정 PER을 12배로 보고 목표주가를 6만6000원으로 제시한 상태입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1등이 PER 7배"라며 "2023년에 감익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손익보다는 저평가 해소 가 투자에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업계에선 주가를 짓누르던 오버행 이슈가 사라진만큼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오버행 이슈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목표주가를 기존 4만2000원에서 6만원으로 높여잡으며 "수급적 요인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서 실적과 업황에 근거한 정상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영업익 1조 클럽 진입이 가능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우선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0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환율 하락과 마케팅비 증가가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과거 2020년 영업이익이 3939억원, 2021년 5953억원 대비 크게 실적 수준이 높아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 연구원은 "제품가격 인상효과 및 안정적인 수주잔고와 물류난 해소 등에 따른 출하증가 등이 선진국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 있겠지만 우선 오버행 이슈가 해소된 상태에서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