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간첩단' 4명 기소…"북한, '尹 퇴진투쟁' 지령"(종합2보)
입력
수정
캄보디아 등서 공작원 접선해 7천달러 수수…문화교류국 통제 받아
국정원, 6년간 내사 끝에 조직 적발…"지령 이행 계속 확인"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이적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이하 자통) 관계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 자통 경남 서부지역 책임자 정모(44)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 北공작원, '尹퇴진운동' 지령…'김정은 충성결의문'도 작성
이들은 6년 넘게 북한 공작원들로부터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분열을 조장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국내 정세 등을 수집해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자통을 결성한 뒤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지령과 공작금 7천달러(약 900만원)를 수수하고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 단체는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기구 문화교류국의 통제 아래 움직였다.
북한 지령문에 자통이 하부 조직원의 거주지 이동을 파악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질책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상하관계가 뚜렷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정씨는 접선 당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충성결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북한은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반미·반정부 투쟁과 여론전, 노동자·농민·학생 단체 조직을 내세운 촛불시위, 기자회견 개최 등을 통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투쟁 전개 등의 지령을 내렸다.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에 맞춰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2021년 4월 '윤석열 후보 대망론'이 제기되자 자통에 "보수정권의 부활은 제2의 노무현 참극을 불러오게 된다는 여론전을 전개하고, 대망론은 보수난립을 노린 여당의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퇴진 요구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자통 조직원들은 지령에 따라 반미·반보수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
각종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에도 침투해 조직원을 포섭하고 의식화 활동도 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진행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무단 점거 농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파업을 주도한 조직원의 휴대전화 압수 등 경찰 수사 상황을 북한에 보고했고, 북한은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자통 보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 北 하달 규약엔 '김정은 원수님 받들어'…문서 암호화해 보안 유지
검찰은 자통을 김일성·김정일 주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문화교류국이 하달한 주요 규약에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사상과 주체혁명 위업을 계승하신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고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를 무조건 절대적으로 관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자통 결성 시기를 2013년 이전으로 판단하고, 구성·가입·활동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단체 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활동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고 봤다.
자통은 사기업이나 재단법인 형태의 조직으로 위장해 이사회를 구성했다.
총책인 황씨가 이사장을, 임원은 정씨 등 각 지역 책임자가 담당했다.
임원은 하부 조직원을 관리하고, 하부 조직원은 강령에 대한 이해도와 준수 의지, 역량 등에 따라 '준임원-핵심회원-예비핵심회원'으로 구분됐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이 단체는 수도권으로 진출해 조직을 전국적 규모로 키우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통은 특히 보안 유지에 철저했다.
합법적 시민단체를 외곽기구로 삼되 내부에 비공개 조직 자통을 뒀고, 총책 황씨를 정점으로 '단선연계 복선포치'(하부 조직원은 각자 총책에게만 보고하고 서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간첩 조직 원리)를 기본형태로 운영했다.
북한과 통신할 때는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를 암호화한 뒤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방식을 썼다.
공작원과 접선할 때는 미리 약속된 상호 인식 방법을 사용했고, 수사기관의 미행은 수시로 확인했다.
발각되면 보고자료가 저장된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부숴 삼키자고 논의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은 주거지를 압수수색 당하자 암호화된 USB가 든 지갑을 창밖으로 던져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 6년간 국정원 내사…"지령 이행 부분 계속 수사"
이들의 범행은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인 2016년부터 6년간 내사한 끝에 적발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1월엔 이들을 체포해 수사한 뒤 지난달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공안몰이'를 주장하며 12차례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서 추가 조사는 무산됐으나, 검찰은 물증으로 충분히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은 관련자들의 범죄 활동 중 엄격한 증거로 확실히 입증된 최소한의 범죄사실"이라며 "배후에 가려진 추가 공범을 계속 수사해 자통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진술 거부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지령 이행' 부분도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소 유지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제주지역 진보 정당 관계자가 연루된 지하조직 'ㅎㄱㅎ' 사건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도 수사중이다. /연합뉴스
국정원, 6년간 내사 끝에 조직 적발…"지령 이행 계속 확인"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이적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이하 자통) 관계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 자통 경남 서부지역 책임자 정모(44)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 北공작원, '尹퇴진운동' 지령…'김정은 충성결의문'도 작성
이들은 6년 넘게 북한 공작원들로부터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분열을 조장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국내 정세 등을 수집해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자통을 결성한 뒤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지령과 공작금 7천달러(약 900만원)를 수수하고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 단체는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기구 문화교류국의 통제 아래 움직였다.
북한 지령문에 자통이 하부 조직원의 거주지 이동을 파악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질책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상하관계가 뚜렷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정씨는 접선 당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충성결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북한은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반미·반정부 투쟁과 여론전, 노동자·농민·학생 단체 조직을 내세운 촛불시위, 기자회견 개최 등을 통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투쟁 전개 등의 지령을 내렸다.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에 맞춰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2021년 4월 '윤석열 후보 대망론'이 제기되자 자통에 "보수정권의 부활은 제2의 노무현 참극을 불러오게 된다는 여론전을 전개하고, 대망론은 보수난립을 노린 여당의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퇴진 요구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자통 조직원들은 지령에 따라 반미·반보수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
각종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에도 침투해 조직원을 포섭하고 의식화 활동도 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진행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무단 점거 농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파업을 주도한 조직원의 휴대전화 압수 등 경찰 수사 상황을 북한에 보고했고, 북한은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자통 보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 北 하달 규약엔 '김정은 원수님 받들어'…문서 암호화해 보안 유지
검찰은 자통을 김일성·김정일 주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문화교류국이 하달한 주요 규약에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사상과 주체혁명 위업을 계승하신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고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를 무조건 절대적으로 관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자통 결성 시기를 2013년 이전으로 판단하고, 구성·가입·활동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단체 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활동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고 봤다.
자통은 사기업이나 재단법인 형태의 조직으로 위장해 이사회를 구성했다.
총책인 황씨가 이사장을, 임원은 정씨 등 각 지역 책임자가 담당했다.
임원은 하부 조직원을 관리하고, 하부 조직원은 강령에 대한 이해도와 준수 의지, 역량 등에 따라 '준임원-핵심회원-예비핵심회원'으로 구분됐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이 단체는 수도권으로 진출해 조직을 전국적 규모로 키우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통은 특히 보안 유지에 철저했다.
합법적 시민단체를 외곽기구로 삼되 내부에 비공개 조직 자통을 뒀고, 총책 황씨를 정점으로 '단선연계 복선포치'(하부 조직원은 각자 총책에게만 보고하고 서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간첩 조직 원리)를 기본형태로 운영했다.
북한과 통신할 때는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를 암호화한 뒤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방식을 썼다.
공작원과 접선할 때는 미리 약속된 상호 인식 방법을 사용했고, 수사기관의 미행은 수시로 확인했다.
발각되면 보고자료가 저장된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부숴 삼키자고 논의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은 주거지를 압수수색 당하자 암호화된 USB가 든 지갑을 창밖으로 던져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 6년간 국정원 내사…"지령 이행 부분 계속 수사"
이들의 범행은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인 2016년부터 6년간 내사한 끝에 적발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1월엔 이들을 체포해 수사한 뒤 지난달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공안몰이'를 주장하며 12차례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서 추가 조사는 무산됐으나, 검찰은 물증으로 충분히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은 관련자들의 범죄 활동 중 엄격한 증거로 확실히 입증된 최소한의 범죄사실"이라며 "배후에 가려진 추가 공범을 계속 수사해 자통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진술 거부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지령 이행' 부분도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소 유지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제주지역 진보 정당 관계자가 연루된 지하조직 'ㅎㄱㅎ' 사건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도 수사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