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5000만원인데…한국도 '예금 전액보호' 비상카드로 검토 나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사태 이후 ‘내 예금은 안전한지’에 대한 국내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재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유사시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규정 검토에 나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부터 1인당 5000만원(원금과 이자 포함)으로 묶여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리스크 예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5000만원 순초과예금 규모는 2017년 말 724조3000억원에서 작년 6월 1152조7000억원으로 59% 늘었다. 전체 부보예금 대비 5000만원 순초과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5.7%에 달했다.저축은행의 리스크 예금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2017년 말 5조4000억원이던 5000만원 순초과예금 규모는 작년 6월 16조5000억원으로 세 배가 넘었다. 최근 증시 불황 등으로 수억원의 뭉칫돈을 예금에 묻어놓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억원 초과 예금 규모는 2020년 6월 880조9000억원에서 작년 6월 1060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안건 등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도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미국(25만달러·약 3억2000만원), 유럽(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일본(1000만엔·약 9700만원) 등은 한국보다 예금자보호 범위가 넓다. 다만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릴 경우 금융회사가 내는 예금보험료율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고, 중소형 금융사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뱅크런 발생 시 정부가 금융사의 예금 전액을 보호해주는 방안의 근거와 절차 등을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