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만에 '뚝딱'…가상인간 모델에 AI 카피라이터까지 [오정민의 유통한입]

기업 도입 줄 잇는 AI카피라이터

CJ, 고객 성향 맞춰 마케팅 문구 생성하는 AI 카피라이터 도입
현대백화점,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 개발
유통가 AI 비롯한 IT 투자 확대
CJ는 고객 성향에 최적화된 마케팅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를 업무에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진=CJ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현대백화점이 이달부터 정식 도입한 인공지능(AI) 카피라이터 '루이스'가 10초 만에 선보인 문구다. ‘봄’과 ‘입학식’을 키워드로 ‘향수’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자 순식간에 이 같은 결과물을 내놨다.
기업들이 잇따라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 속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관련 투자를 한층 늘리는 모습이다.

CJ·현대백화점, AI카피라이터 도입

현대백화점은 이달 2일 광고 카피,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사진=현대백화점
이달 들어 CJ와 현대백화점이 AI 카피라이터를 마케팅 실무에 도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고객 성향에 최적화된 마케팅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를 업무에 적용한다.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는 CJ AI센터가 자체 개발한 엔진 기반으로 구현했다. 프로모션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마케팅 캠페인에서 사용할 문구를 자동으로 고객 성향에 맞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례로 감성적 성향 고객에게는 대화체와 비유적 표현 방식의 문구를 제안한다. 이성적 성향 고객에게는 제품 효과와 계량화된 정보를 부각한 문구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마케터들은 이를 다양하게 조합 또는 변형해 애플리케이션(앱) 푸시, 이메일 제목 등에 활용할 수 있다.

CJ 측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광고 카피를 고객 성향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은 업계 최초 사례"라며 "개발 단계에서 고객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제 마케팅 프로모션에 유입되는 반응률을 테스트한 결과, 고객 반응이 평균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CJ는 향후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푸드, 뷰티,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빅데이터 학습과 고객 성향 분석,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자동 학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모바일 메시지, 이메일 등 마케팅 채널별로 기능을 세분화하고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 기능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2일 광고 카피,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이달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루이스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한 AI 카피라이팅 시스템이다. '문학 작품을 사랑하고 마케팅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대 청년 콘셉트'로 현대백화점그룹 내 정보기술(IT) 기업인 현대T&E가 개발했다. 루이스라는 이름도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를 동경해 감성을 자극하는 글쓰기를 즐긴다는 콘셉트로 붙였다. 지난달 초부터 2주간 현대백화점 내 커뮤니케이션팀 등 관련 부서 120여 명의 테스트를 거쳤다.현대백화점은 루이스가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보유한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최신 마케팅 문구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행사에서 쓴 문구 등에서 고객 호응을 얻은 데이터 1만여 건을 익혔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루이스가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세대별로 다른 어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버전을 추가해 그룹 계열사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카피라이터 도입으로 기업은 업무 효율성과 시간 단축 효과 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행사 기획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외부 전문 카피라이터와 소통하고 1차 카피를 도출하는 데 통상 2주가량 걸리던 업무시간이 평균 3~4시간 내로 줄어 카피라이팅 관련 업무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한편, 인사이트를 중시하는 광고업계에서는 AI 카피라이터 도입에 대해 다소 신중한 분위기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AI 카피라이터 관련 사례를 스터디하는 중"이라면서도 "검토하고는 있으나 도입에 대해선 결정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통업계, AI·빅데이터 투자 지속…초개인화가 대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통가에서는 AI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IT업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 응대에 챗봇 도입은 기본이고 AI와 빅데이터, 가상인간(버추얼 휴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화두는 개별 고객의 최근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다. 유통산업의 축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넘어가면서 전통 업태에서도 AI 기반 상품 추천과 이벤트 알림 등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그룹 계열 롯데면세점은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으로 개인별 정밀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각 고객의 과거 구매 상품의 특성, 페이지별 체류 시간, 행사 반응률 등 지표를 분석해 개별 취향을 반영한 이벤트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롯데면세점은 과거 7개월간 'MAS(마케팅자동화시스템)'를 시범 운영한 결과, 고객 유입이 기존 시스템보다 6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추가 구매 유도 성공률도 75%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도 AI를 기반으로 한 앱 초개인화 서비스에 돌입했다. 사진=G마켓
신세계그룹 소속이 된 온라인쇼핑몰 G마켓도 AI를 기반으로 한 앱 초개인화 서비스에 돌입했다. 현재 약 10% 고객에게 시범 적용 중이고, 연내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의 가상인간 와이티.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이 밖에도 신세계그룹은 '와이티(YT)', 롯데홈쇼핑은 '루시' 등 가상인간을 개발해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등 다방면에 활용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경기 속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초개인화가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며 "'모바일 오리엔티드' 된 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기반 마케팅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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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