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국인이 창업하기 좋은 곳일까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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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은 매년 '창업하기 좋은 도시' 1위와 2위로 꼽힌다. 돈과 인재 등 관련 인프라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시장도 크다. 외국인 창업자가 그곳에 몰리는 이유다. 글로벌 인재가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두 지역의 창업 생태계 더욱 건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 지놈은 지난해 한국의 서울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 10위로 선정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의 순위는 계속 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 등이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창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외국인의 국내 창업이 늘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금보다 세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 긱스(Geeks)가 외국인의 국내 창업 동향을 살펴봤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는 지난달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과 해외 창업 기업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창업 경진대회 ‘디데이 X 글로벌 리그’를 열었다. 디캠프는 혁신적인 해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사업 혜택, 입주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디데이는 국내 글로벌창업이민센터 오아시스와 싱가포르의 창업지원기관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센토벤처스, 골든게이트벤처스 등과 마련했다. 총 8개 기업 최종 선발전에 120여 개 기업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해외 창업가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얘기다.이번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창업가의 한국 진출 이유는 다양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올랑의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튀르키예 출신이다. 올랑은 영상 및 오디오 자료에 자막 또는 더빙 작업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K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70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7위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K콘텐츠가 세계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과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 리모델링 사업 중개 플랫폼업체 데코만의 베니 리우 대표는 "한국이 혁신적인 면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로 정부가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라며 디데이에 지원한 이유를 설명했다.싱가포르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스타트업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 지아 위 종 대표는 "한국은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갖춘 경제 강국"이라며 "디캠프의 지원으로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로봇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우수한 인재도 적극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는 글로벌상을 받았다.
비자 발급과 별개로 국내 창업 환경이 외국인에게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급한 기술창업비자는 230여 건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외국인 창업자는 110여 명에 불과하다. 기술창업비자 발급 건수도 적지만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은 더 적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스타트업은 비자 발급 어려움, 한국 내 인적 네트워크 부족, 문화와 언어의 장벽, 구인난 등을 한국에서 창업 걸림돌로 꼽았다.
참 한 가지 더
뉴욕 창업 생태계 성장의 비결
미국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창업하기 좋은 도시’ 2위로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뉴욕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라고도 불린다. 실리콘 밸리와는 달리 밀집된 도시에 스타트업과 기업, 소비자가 응집돼 시너지 내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은 다양한 스타트업이 실제 경쟁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에 따르면 뉴욕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는 2020년 1470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세계 도시별 평균액(10억5000만 달러)보다 훨씬 크다. 뉴욕 메트로 지역에는 약 5700개, 주 전역에는 약 9000 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60개가 넘는다.
뉴욕 스타트업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외국인이다. '스타트업 지놈'에 따르면 뉴욕과 인근 지역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 및 근무자의 50% 정도가 이민자 또는 외국인이다. 뉴욕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이민’이다. 책 <아무도 모르는 뉴욕>에서 뉴욕을 “역동적이고 다양하며 놀라울 만큼 풍부한 사람과 마을의 집합체”라고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70만 명에 이르는 신규 이민자가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은 ‘멜팅 폿(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외국인의 국내 창업 늘어날까
최근 정부와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외국인 국내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지금보다 다양하고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는 지난달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과 해외 창업 기업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창업 경진대회 ‘디데이 X 글로벌 리그’를 열었다. 디캠프는 혁신적인 해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사업 혜택, 입주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디데이는 국내 글로벌창업이민센터 오아시스와 싱가포르의 창업지원기관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센토벤처스, 골든게이트벤처스 등과 마련했다. 총 8개 기업 최종 선발전에 120여 개 기업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해외 창업가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얘기다.이번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창업가의 한국 진출 이유는 다양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올랑의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튀르키예 출신이다. 올랑은 영상 및 오디오 자료에 자막 또는 더빙 작업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에브루 일디림 대표는 "K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70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7위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K콘텐츠가 세계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과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 리모델링 사업 중개 플랫폼업체 데코만의 베니 리우 대표는 "한국이 혁신적인 면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로 정부가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라며 디데이에 지원한 이유를 설명했다.싱가포르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스타트업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 지아 위 종 대표는 "한국은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갖춘 경제 강국"이라며 "디캠프의 지원으로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로봇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우수한 인재도 적극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디컨스트럭트 로보틱스는 글로벌상을 받았다.
국내 창업 걸림돌은
앞서 디캠프의 스타트업 보육시설인 프론트원에는 지난달 외국인 기술창업비자 발급처인 글로벌창업이민센터가 입주하기도 했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는 국내 비자 발급하려는 외국인 창업자 대상으로 오아시스 비자 프로그램(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등 해외 창업가의 국내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오아시스는 외국인 기술창업비자 취득 및 창업활동 종합지원 프로그램이다. 국내 전문학사 이상 학위 취득(또는 외국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통해 80점 이상 수료하고 국내 법인 설립을 완료하면 기술창업비자(D-8-4)를 받을 수 있다.스타트업 지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도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우수 인재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법무부와 협업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비자 발급이 어려워 국내 창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기부는 법무부와 창업비자 발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비자 발급과 별개로 국내 창업 환경이 외국인에게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급한 기술창업비자는 230여 건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외국인 창업자는 110여 명에 불과하다. 기술창업비자 발급 건수도 적지만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은 더 적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디캠프의 디데이에 지원한 해외 스타트업은 비자 발급 어려움, 한국 내 인적 네트워크 부족, 문화와 언어의 장벽, 구인난 등을 한국에서 창업 걸림돌로 꼽았다.
참 한 가지 더
뉴욕 창업 생태계 성장의 비결
미국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창업하기 좋은 도시’ 2위로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뉴욕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라고도 불린다. 실리콘 밸리와는 달리 밀집된 도시에 스타트업과 기업, 소비자가 응집돼 시너지 내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은 다양한 스타트업이 실제 경쟁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에 따르면 뉴욕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는 2020년 1470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세계 도시별 평균액(10억5000만 달러)보다 훨씬 크다. 뉴욕 메트로 지역에는 약 5700개, 주 전역에는 약 9000 여 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60개가 넘는다.
뉴욕 스타트업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외국인이다. '스타트업 지놈'에 따르면 뉴욕과 인근 지역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 및 근무자의 50% 정도가 이민자 또는 외국인이다. 뉴욕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이민’이다. 책 <아무도 모르는 뉴욕>에서 뉴욕을 “역동적이고 다양하며 놀라울 만큼 풍부한 사람과 마을의 집합체”라고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70만 명에 이르는 신규 이민자가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은 ‘멜팅 폿(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