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100㎏ 팔면 3000원 손에 쥔다"…인도 농부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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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400만t 생산…中 이어 세계 2위채소 중에서 토마토 이어 두번째로 소비량이 많은 양파가 올해 기후위기로 ‘공급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 2위 양파 생산국 인도에서는 반대로 양파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바로 옆나라 파키스탄이 지난해 대홍수로 양파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과 대조적이다.
밭에 수북히 쌓인 양파 그대로 썩어가
농사에 지은 비용 회수 못해 수확 포기
지난해 비 많이 와 재배시기 미뤄
12~1월 출하될 양이 3월에 몰린 탓
양파 수급 관련 정부 대책도 없어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농부 수천명이 최근 양파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뭄바이까지 200㎞ 행진에 나섰다. 그들은 정부에 농가를 위한 재정적인 구제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고 당분간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BBC가 전했다.마하라슈트라주 북쪽 나시크 지구에 있는 농장에는 수북히 쌓인 양파가 썩어가고 있다. 밭의 주인은 수확을 포기했다. 양파 가격이 폭락해 비용을 회수할 수 없어 수확하고 시장에 가져가기 위해 일꾼을 고용하는데 돈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많은 농부들이 밭을 그대로 갈아엎고, 어떤 이는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농작물을 태웠고, 어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양파를 소포로 보냈다. 인도에서 이런 일은 거의 격년에 한번씩 일어난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양파 생산국으로 규모가 연간 약 2400만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마하라슈트라주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 전역에서 생산된 양파의 약 10~15%는 다른 나라로 수출된다.
인도에서 양파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매우 크다. 양파 특성상 저장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카레 같은 인도인의 주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식재료라 내수 소비가 많다. 한국의 김장철 배추값처럼 인도에서는 양파값으로 체감경기를 알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양파값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공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지면 수많은 농민들이 분노하고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발생한 양파값 폭락 원인을 우타르프라데시주 비하르주 라자스탄주 등 다른 지역에서 양파 수확이 증가해 인구가 많은 북부쪽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농업 전문가는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가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서 양파는 몬순과(6~9월께 우기) 겨울 두 계절 동안 재배되는데, 몬순 작물은 보통 12월말에서 1월초 사이에 수확된다. 이 때 수확된 양파는 쉽게 부패되는 특성이 있고 3월 중순부터 수확되는 작물은 이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7~8월 비가 많이 와서 양파 재배가 미뤄지면서 올해 3월 양파 수확량이 크게 초과됐다. 12~1월에 나왔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그는 몇 주 뒤에 겨울 수확량이 풀리면 상황은 더 악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시크 농부들은 도매 시장에서 양파 100㎏ 팔면 200~400루피(약 3000~6000원)받는데 그친다. 순수익으로 최소 400루피를 손에 쥐려면 도매가가 1200루피 이상 유지돼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도매가격은 낮은 반면에 소매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공급 과잉으로 오직 중간상인들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들은 매우 싼 가격이 양파를 사서 도시에는 높은 가격에 팔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농부와 소비자 모두 불행한 일” 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파의 수요가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이 없는 것도 농민들은 불만이다. 가격이 폭등하면 인도 정부는 국내 반발을 우려에 수출 금지할 뿐이다. 농민들은 “이는 다른 나라에 대한 공급 약속을 깨고 신뢰를 낮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