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일관계 개선' 불만인가…尹대통령 방일 3시간전 ICBM도발

軍 "윤 대통령 방일 겨냥해 강한 불만 표출"…'강대 강' 구도 조장 의도일 수도
북한의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다분히 이날 열릴 예정인 한일정상회담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로 출국하기 약 3시간 전인 이날 오전 7시 10분께 동해상으로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ICBM을 쐈다.

'화성-17형'은 먼저 개발된 '화성-15형'에 비해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괴물 ICBM'으로 불린다.

비행거리가 1만3천㎞ 이상으로, 정상각도 발사가 성공한다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이날 오후에 도쿄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이 보유한 최강의 무기를 동원해 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위협을 느껴 온 한미일 군사협력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복원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일부터 2∼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오늘 날짜를 선택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급 미사일 6발 발사→12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2발 발사→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 발사 등으로 서서히 도발 수위를 높이다가 윤 대통령 출국일을 택해 고강도 도발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한일정상회담일에 맞춰 ICBM 도발은 한 것은, 물론 한일관계 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이를 견제 혹은 경고하려는 의도보다는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강대 강 구도로 끌어가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오히려 한미일이 더욱 뭉치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한일정상회담에서도 강경한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측 항공모함·전략폭격기·원자력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 확장억제 과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본 출국 직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도 이날 3자 유선 협의를 하고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출국 전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고조시키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탄한 뒤 3국 간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조만간 북한의 ICBM 도발을 다루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날 나흘째를 맞은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어 보인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밝혀 도발을 예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