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 생존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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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 미중 틈바구니 속에서 양자 택일을 강요받는 처지가 되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은 물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강화는 선택이 아닌 존재의 문제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중국에 대한 우리 경제의 높은 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좋은 관계 유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강대국을 상대로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자국의 국익을 위한 등거리 외교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그렇다면 이러한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은 전혀 없는 것인가? 미국과의 안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패러독스 외교는 불가능한 것인가? 해법을 찾기위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미중패권 경쟁속에서 미국과 적극 협력하면서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과도 여전히 정상적인 수출실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처음 500억달러가 넘었고, 지난 1월은 월단위 사상 처음 127억달러 적자로 10개월째 적자다. 주된 원인은 우리나라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비 47%감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무역수지 흑자의 90%를 차지했던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도 미국, 일본, 대만, 인도 등은 모두 성장했으나 중국에서는 8%정도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 시장 1위였으나, 현재 시장점유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에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15%대의 점유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9%를 달성한 적도 있으나 사드 이후 4% 이하로 떨어지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1% 미만으로 하락했다.반면에 일본 자동차는 미중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에 적극 협력하면서도 시장점유율 10% 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 진출 이후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 같은 중국 브랜드에 1위를 내주었지만,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는 여전히 최고 강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1%대 점유율까지 떨어져 존재감이 사라져 가고, 한류 영향으로 인기를 끌었던 화장품 기업들도 시장지배력을 잃었다. 반면에 도요타나 닛산, 소니 같은 일본 기업은 아직도 중국시장에서 건재한 것이다. 왜 그럴까?
일본은 우리보다 미국과 더 협조적이기 때문에 중국은 일본이 못마땅할 것이다. 특히, 증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대한 반감보다 일본에 대한 역사적 반감이 더 클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인은 왜 일본 제품은 구매하면서 한국 제품은 외면할까? 바로 여기에 우리 정부나 기업이 깨달야할 전략과 해법이 숨어있다고 판단된다.중국은 30여개 성급 지역의 경제 규모가 각각 하나의 국가 수준으로써 지역 특색, 소비 문화의 차이가 크다. 특히,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중국 현지의 법률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실무추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현지인과의 친분, 즉 꽌시(关系)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에서 일하는 일본 기업의 직원들은 현지에서 장기근속을 보장받고, 현지 정부 및 기업인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주재원들은 3~5년 주기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방정부와의 꽌시 형성이나 진정한 현지화가 어렵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2010년 이후 중국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각 산업 분야에서 존재감을 잃어 왔다.
중국은 5개년 계획에 의거 10년 이상 자국의 자주브랜드를 육성해 왔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중국 기업의 부단한 R&D 투자 등으로 단순 가성비가 아닌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리는 현명한 외교 전략을 펼쳐왔고, 기업은 철저한 현지화와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일본은 미워도 일본 제품은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은 앞으로 어떤 전략과 대응이 필요할까?
첫째, 속이 훤히 드려다 보이는 정부의 외교나 정치권의 감정적 대응이 국내 지지층의 단기간 지지율 상승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현지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반한 감정의 고조로 중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국제 정세 및 중국 정치적 상황, 중국 현지 한국기업, 교민 및 관광산업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신중한 발언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둘째, 좀더 철저한 중국문화, 중국기업, 중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현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주재원도 특권 의식과 우월감을 버리고 철저한 현지화를 위한 중장기적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주재원의 장기근속과 현지 전문가 육성도 중요하다.
세째, 현대 국가의 방위력은 인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무기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대만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의 반도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중국이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첨단 소재부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미워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도 반도체, 2차전지 같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으로 우리가 중국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다행히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은 미국이 나서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중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기술격차를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은 셈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중동이나 아프리카는 포섭의 대상이고, 미국과의 대립은 오히려 중국의 손실을 키운다. 또한 일본은 첨단 소재 기술을 갖고 있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한국만이 가장 만만한 존재다. 따라서 더이상 당하지 않으려면 중국이 필요한 초격차 첨단기술 밖에 없다.
기업에서 일하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친 것처럼 정당화하는 사람을 흔히 보게 된다. 주어진 환경을 당연시하고 그냥 넘어가느냐, 아니면 그 환경을 극복하려고 도전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섞인 인식으로 오랜 역사를 이어 왔다.
미중패권경쟁의 막다른 길목에서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홀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 국민의 강점이다. 그 강점을 살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하나가 되어 치밀하고 야심차게 실천할 때인 것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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