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 된 현대차, 차값 5000만원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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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SUV 글로벌 흥행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승용차 평균 가격이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50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해외 레저용 차량(RV) 평균 가격은 6000만원을 처음 돌파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공장 가동률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시켜 ‘최대 생산, 최대 판매’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해외 승용차값 전년대비 18%↑
GV70, 美 권장가격 30% '웃돈'
8개국 공장 가동률 95% 넘어
"올해 최대생산·최대판매 목표"
美 IRA법 대응책 마련이 숙제
미국에서 렉서스보다 비싼 제네시스
16일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생산하는 승용차 라인업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국내 기준 5032만원으로 전년보다 5.7% 높아졌다. 해외에서의 가격 상승 폭은 더 가팔랐다. 지난해 해외 승용차 평균 가격은 5044만원으로 전년보다 18.2% 뛰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19.2% 급등한 데 이어 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기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집중 판매하고 있는 RV의 해외 평균 가격은 지난해 5090만원으로 2021년보다 12.0% 상승했다. 제네시스, SUV 등 상품성과 수익성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을 출시한 결과다.제네시스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출시 6년 만에 주요 프리미엄카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현지 2월 평균 가격은 6만2768달러로 전년보다 9.1% 높아졌다. 도요타의 렉서스(5만7387달러), 제너럴모터스(GM)의 GMC(6만1694달러), 닛산의 인피니티(6만1363달러) 등을 모두 앞질렀다.시장조사업체 아이시카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 SUV GV70는 권장소비자가격(MSRP) 대비 웃돈이 가장 많이 붙은(27.5%) 차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GV80 역시 21.0% 웃돈이 붙어 산업 평균(8.8%)을 훌쩍 뛰어넘었다. 프리미엄카는 상품성뿐 아니라 ‘헤리티지(유산)’가 중요해 오랜 시간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올해도 상품성이 높은 고가 차량 판매를 중점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는 최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대당 판매 이익이 500만~800만원 수준인데, 판매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전기차 판매 이익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한 자릿수 중반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올해 전기차 24만8000대를 판매하고, 2026년엔 69GWh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81만 대의 전기차를 팔겠다는 목표다.
공장 가동률은 95% 넘어
현대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8개 국가 공장은 2019년 평균 99.7% 가동됐으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84.1%로 떨어졌다. 2021년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했지만, 공급망 관리 성공으로 94.1%까지 확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 공장 가동률이 22.1%에 불과했던 지난해에도 글로벌 평균 가동률은 96.6%로 높아졌다. 기아의 글로벌 5개 국가 공장 역시 2020년 74.5%에서 2021년 81.5%, 지난해 91.1%로 연달아 평균 가동률이 상승했다.현대차그룹은 올해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는 만큼 주말 특근 등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94.6%였던 기아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지난달 100%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77만 대 수준의 인도공장 생산만으로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 GM의 현지 공장 인수까지 추진 중이다.금리 인상 여파에도 수요는 아직 탄탄한 편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국내 대기 물량은 100만 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대기 수요도 각각 최대 120만 대에 달한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책을 계속 마련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릿 판매(렌터카 등 법인에 파는 물량)’를 기존 목표(30%)보다 40%까지 높여 잡았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