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정성보다 물가 억제 택한 ECB, 빅스텝 밟아

3개월 연속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금융시장 안정보다 물가 억제에 주력
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5%로 0.5%포인트 인상(빅스텝)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로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석 달째 빅스텝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연 3.0%와 연 3.75%로 0.5%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에서 “유로존의 은행부문은 튼튼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덕에 회복력이 있다”며 “필요하면 어떤 경우에도 ECB는 유로존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정책 회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열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한 여파가 대서양을 건너 CS로까지 번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선 시장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ECB가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ECB는 금융시장 안정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순위에 뒀다.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8.5% 뛰어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서다.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올랐다. 1월(5.3%)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ECB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진단이다.

ECB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를 기록한 뒤 내년엔 2.9%, 2025년엔 2.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4.6%, 내년 2.5%, 2025년엔 2.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개장 직후 영국 FTSE지수는 1.5% 상승 출발했고 독일 DAX지수, 프랑스 CAC40지수도 각각 1.7% 오름세로 시작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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