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혁신' 플랫폼과 기득권 집단의 갈등 해법은?

Cover Story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이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에서 일단 승기를 잡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가입을 막은 데 대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총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로톡은 매월 일정액을 받고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합니다. 변호사단체는 이것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변호사 소개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소속 변호사의 로톡 이용을 막고 로톡을 이용할 경우 징계하기로 했습니다.반면 로톡 측은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을 돕는 단순 광고일 뿐 위법이 아니라고 맞서왔습니다. 법률시장에서 거래하는 당사자 중 한쪽(법률 서비스 이용자)이 다른 한쪽(변호사)에 비해 정보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벤처업계는 기득권 단체의 이익 대신 ‘혁신’의 손을 들어줬다고 반겼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단체는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톡 같은 플랫폼이 수없이 많이 등장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기득권 집단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의료계, 세무업계, 감정평가업계, 택시업계 등과의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플랫폼과 기존 업계의 주장을 살펴보고 플랫폼과 기득권 집단 간 갈등의 해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플랫폼 "이용자를 위한 혁신이다" 기존 업계 "위법이라 반대한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아 직원 절반을 줄이기로 했다.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로톡과 같은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토대입니다. 디지털 경제는 인터넷, 정보통신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와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제를 말하는데요. 플랫폼을 통해 여러 경제주체가 연결되고, 플랫폼에 남겨진 빅데이터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원료가 됩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경제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도 활발합니다. 로톡은 기존 법률 서비스 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의 사례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산업화의 역사와 디지털 경제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을 더 잘 이해하려면 산업화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산업화의 역사에서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20세기 초 세계경제는 산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이라는 대변혁을 맞게 됩니다. 그전까지 장인(匠人·artisan)이 만들던 물건을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 것이죠. 이 시기의 대량생산 방식을 가리켜 ‘포디즘’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비숙련 노동자들과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했는데요. 이렇게 대량생산된 자동차가 비숙련 노동자들에 의해 소비됨으로써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이 구조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습니다.

1970년대 대량생산 체제는 위기를 맞습니다. 대량생산된 제품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진 가운데 오일쇼크가 터지자, 세계적 표준으로 군림했던 미국 제조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듭니다. 이 틈을 비집고 일본의 도요타시스템이라는 유연생산방식이 등장합니다.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시스템’으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고객의 다양한 주문에 신속히 대응해 다양한 품종의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합니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뀐 것이죠.플랫폼 기반 디지털 경제는 산업화의 역사에서 세 번째 분기점으로 일컬어집니다. 장인 생산방식을 극복한 대량생산방식과, 포디즘(대량생산방식)을 넘어선 도요타시스템(유연생산방식)에 비견할 만한 엄청난 변화라는 것이죠.

플랫폼의 혁신과 거센 반대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은 해당 분야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을 내세웁니다. 이는 기존 플레이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로톡에 대해 변호사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것처럼 말이죠. 로톡은 온라인으로 변호사 정보(광고)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고, 불법 법조 브로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변호사단체는 “법률 플랫폼이 영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를 공격적으로 하게 되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저가 수임료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결국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로톡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변호사단체는 말썽을 일으킬 위험한 시도로 보는 것입니다.

혁신을 주장하는 플랫폼과 그것에 반대하는 기존 업계 간 갈등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이 플랫폼이 성형 전문 병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인 병원 소개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강남언니 측은 “의사협회가 이용자와 병원 모두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서비스를 사실과 다르게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반박합니다.

원격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 등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세금 신고 및 환급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 공간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빅밸류’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NIE 포인트

1. 산업화의 역사에서 큰 변화들을 정리해보자.

2. 플랫폼 기업들이 주장하는 혁신의 내용을 설명해보자.

3. 기존 업계가 플랫폼에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갈등 해결하려면 기존 제도의 안정성과 혁신의 사회적 이익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자동차는 18세기 유럽에서 발명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산업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기득권 집단’에서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유럽에선 소수 귀족과 부유층을 위한 값비싼 자동차를 장인(匠人·artisan)에 의한 생산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 유럽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이 생겨났죠.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려면 기계를 도입해 대량생산이 이뤄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장인 계급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앞세워 이에 반대했습니다. 반면 미국에는 장인 계급 같은 기득권 집단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기득권이란

자동차산업을 태동시킬 수 있었던 20세기 초 미국과 달리, 보통은 로톡 사례처럼 기득권 집단이 존재합니다. 기득권은 ‘이미 차지한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택시 제도’를 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택시 사업을 하려면 관할기관에서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면허제). 정부는 택시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택시 승객 수요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역별로 택시 등록 대수를 설정한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택시 면허를 가진 사람(혹은 택시회사)은 면허제와 총량제라는 제도에 의해 기득권을 가집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택시 제도를 보호하려 합니다.

이처럼 기득권은 법률과 제도에 따라 정당하게 차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이라고 하면 대개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를 쓰거나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고, 기득권을 차지할 때 부정이나 불법을 저지르기도 해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갈등은 왜 생기나

플랫폼의 역할은 기존 제도에서 다루지 않거나 모호하게만 규정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존 제도를 보호하려는 기득권 집단은 플랫폼을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판단합니다. 기득권 집단의 자기 보호 본능은 혁신을 좌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 플랫폼 우버 사례를 봅시다. 우버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신들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존 택시업계는 택시 서비스를 독점하며 새로운 경쟁을 거부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혁신’과 그것을 거부하는 ‘독점’ 간 갈등이라는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해 정당성에서 우위를 차지했죠.

독일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택시업계가 지역적으로 파편화된 미국과 달리 독일은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우버가 진출하자 “우버가 독일 시민의 복지를 저해한다”며 재빠르게 대응했습니다. 결국 독일에서는 우버의 혁신이 좌절됐습니다.

제도 내의 혁신

우리나라에서는 어땠을까요. 2013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하자 기존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면허제’와 상관없이 운영하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택시업계의 주장을 고려해 정부는 면허제와 총량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결국 우버는 SK텔레콤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와 합작회사인 우티(UT)를 만들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제도 내의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혁신을 주장하는 플랫폼이 기존 제도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순응해 기존 제도 내에서 혁신을 실현하는 것이죠. 우버에 이어 2018년 등장했던 타다는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4월 7~9인승 대형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넥스트’로 돌아왔습니다. 우버처럼 제도 내의 혁신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기득권 집단과 혁신을 외치는 플랫폼 모두 절대선(善)이나 절대악(惡)일 수 없습니다. 다만 모든 사회 발전은 ‘혁신’에서 비롯합니다. 기존 제도의 안정성과 혁신이 가져올 사회적 이익을 고려해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기득권은 왜 부정적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자.2. 기득권 집단과 플랫폼이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해보자.

3. 기득권 집단과 플랫폼 간 갈등의 해결 방법을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