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3월 되니 또…미국과의 시차 1시간 줄었어요

서머타임
독일의 한 교회에서 시계 기술자가 서머타임 시행에 맞춰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한경DB
미국에서 지난 12일 서머타임(summer time)이 시행되면서 한국과의 시차가 1시간 줄어들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2시 시곗바늘을 1시간 앞당겨 오전 3시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시차는 미국 동부 표준시를 기준으로 14시간에서 13시간, 서부 표준시로는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단축됐다. 미국의 서머타임은 매년 3월 둘째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일요일까지다.

한국은 아니지만…70여 개국 시행 중

‘일광시간절약제’로도 불리는 서머타임은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시간을 1시간 당겨 저녁 때 해가 지는 시간을 늦추는 제도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세계 70여 개국이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오는 26일부터 서머타임이 적용된다. 중부 유럽 표준시를 기준으로 8시간이던 한국과의 시차가 7시간으로 짧아지게 된다. 한국은 서울올림픽 전후인 1987~1988년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서머타임은 1895년 뉴질랜드 곤충학자 조지 버논 허드슨이 처음 고안했다는 게 정설이다. 곤충 연구 시간을 늘리고 싶었던 그는 뉴질랜드 왕립협회에 서머타임을 제안했다. 여름철 출근 시간을 2시간 앞당기고 겨울에는 2시간 늦추면 사람들이 더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

허드슨의 아이디어는 21년 뒤 현실이 됐다. 1차 세계대전 때인 191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석탄을 아끼기 위해 서머타임을 도입하면서다. 1918년에는 미국도 따라갔는데, 지금은 주(州)마다 서머타임 시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와이주와 애리조나주를 뺀 미국 모든 주가 일광절약시간제를 운영 중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머타임이지만 요즘은 ‘폐지론’이 만만치 않다. 해마다 두 차례 시간을 조정하는 번거로움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게 이유다.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도 있다. 신체 리듬을 흔들어 수면장애는 물론 심장마비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2018년 서머타임 존폐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460만 명 중 80% 이상이 폐지에 찬성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 이제 없애자” 주장도

한국경제신문 기자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서머타임은 더 이상 에너지 절약과 큰 관련이 없다”며 “고효율 LED 전구가 보급되면서 조명은 이제 가정 에너지 사용량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서머타임을 영구적으로 적용하자는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처리되지 않아 무산됐다. 마크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똑같은 내용을 담은 이른바 ‘햇빛 보호법’을 최근 다시 발의했다. 루비오 의원은 “1년에 두 번 시간을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시간을 고정하자는 제안은 초당적이고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