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4대그룹 총수 모두 참석…달라진 전경련 위상

일본 게이단렌과 행사 주관…한일 재계 네트워크 역할

윤석열 대통령 방일에 맞춰 17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행사에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하면서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행사를 주관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및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은 전경련이 한국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할 당시 회원사였으나 2016년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자 회원사에서 탈퇴한 뒤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당시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이후 재계에서 위상이 급격히 낮아진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패싱' 수준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정치권과 교감을 넓히고 각종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등 위상 회복에 나섰다.

6회 연속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회장이 올 1월 사의를 표명해 한때 조직이 뒤숭숭했으나 즉각 조직 재정비에 나섰고, 현 정부 출범에 관여했던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지난달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해 이미지 개선과 조직 쇄신 작업을 맡겼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하고 한일정상회담 일정이 잡히자 이를 계기로 양국 재계가 만나 경제 교류·협력을 논의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게이단렌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 기업을 물색하는 역할을 전경련이 맡았다.
전경련은 과거부터 게이단렌과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는 등 오랫동안 일본 경제계와 네트워크를 다져놓은 터라 자연스럽게 이번 행사를 주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회장단 소속 기업뿐 아니라 4대 그룹에도 총수들의 행사 참여를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 탈퇴 이후 거리를 둬 왔던 4대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주최 행사에 참석할지가 관심이었다.

그러나 장기간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개선의 물꼬를 튼 계기임을 고려한 총수들이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한미 재계회의도 운영하는 등 미국 재계와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내달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도 전경련이 BRT 행사를 주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그룹 총수들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