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맨슨 등 흉악범 거쳐간 美 샌쿠엔틴교도소, 갱생센터로 변신

캘리포니아 주지사 "갱생센터로 이름 바꾸고 죄수 사회복귀 집중"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형수를 수용한 것으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의 샌쿠엔틴 주립 교도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를 저지른 죄수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갱생시설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7일 이 교도소를 방문해 이 시설의 운영 방향을 논의한다고 이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이 시설을 재소자 교화에 역점을 두는 갱생시설로 바꾸고 명칭도 '샌쿠엔틴 갱생 센터'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668명에 이르는 사형수를 전원 캘리포니아주 각지의 다른 교정시설로 이감하게 된다. 이 중 100명가량은 이미 이감됐다고 관련 당국은 전했다.

사형수가 사라진 샌쿠엔틴 주립 교도소는 덜 위험한 죄수들이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으며 갱생의 기회를 얻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뉴섬 주지사는 강조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오늘 우리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진정한 갱생과 정의,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미국을 선도할 안전과 정의의 새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뉴섬 주지사 측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보다 사회복귀를 강조하는 노르웨이식 접근법이 이번 계획에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주 정부 관계자들은 "교육과 갱생, 재범의 고리를 끊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공공안전 전문가와 범죄 피해자, 죗값을 치르고 출소한 전과자들에게 이와 관련한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현지 일간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인터뷰에서 죄수들이 출소 후 배관공과 전기 기술자, 트럭 운전사 등 고임금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섬 주지사는 샌쿠엔틴 주립 교도소를 갱생 센터로 바꾸는 계획에 2천만 달러(약 261억원)를 책정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의 콘 래키 의원(공화당)은 재소자보다는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뉴섬 주지사와 민주당 주의회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는 "(범죄자를) 갱생시키려는 노력은 공동체에는 도움이 되지만 피해자들에겐 어떤가"라면서 "우리가 그들(피해자)을 재활하게 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는 2019년에는 사형 집행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선 2016년 주민투표에서 사형제 폐지안이 부결된 바 있어 그가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샌쿠엔틴 주립 교도소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감옥인 동시에 20세기 최악의 살인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이비 종교 집단 교주 찰스 맨슨(2017년 자연사)을 비롯한 중범죄자들이 수감된 걸로 악명이 높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교도소 내에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이 교도소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샌프란시스코 일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재소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예컨대 이곳에는 미국 최초의 교도소 내 국가 공인 2년제 대학인 '마운트 타말파이스 칼리지'가 설치돼 있다.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등의 지원과 독지가의 기부로 운영되는 이 대학에선 죄수들이 수학과 생물학, 환경과학, 화학, 영어 등을 배우고 준학사 학위를 딸 수도 있다. 샌쿠엔틴 주립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직접 '샌쿠엔틴 뉴스'라는 신문을 발간하고 있으며 '이어 허슬'이란 팟캐스트를 제작해 상당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고 A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