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 불편한 역사 남겨선 안돼…더 나은 미래 위해서 용기 내자"

尹대통령, 게이오대 강연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하며
"서먹해도 한·일 자주 만나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일본 대학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 참석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대학 강연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와세다대 강연 이후 29년 만이다.이날 강연장은 윤 대통령 도착 약 30분 전부터 학생들로 가득 찼다. 윤 대통령이 강당에 입장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보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은 “실용과 개방의 학풍을 가진 게이오기주쿠대(게이오대)에서 여러분을 만나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일본 일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미래 세대의 여러분을 만나 정말 감회가 새롭고,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고대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여러분이 한국 청년들과 자유롭고 왕성하게 교류하고 협력한다면, 청년 세대의 신뢰와 우정이 가져올 그 시너지를 우리들이 체감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거니와 민간 분야의 리더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게이오대의 한 1학년 학생이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묻자 윤 대통령은 “1학년 학생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는 것이 대견스럽고 고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정상화하려면 자주 만나야 된다. 그러니 학생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앞서 윤 대통령은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전임 총리인 아소 다로 일한협력위원회 회장, 스가 요시히데 일한의원연맹 회장 내정자를 비롯해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등 정치 지도자들을 접견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일한의원연맹 부회장은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오형주/김인엽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