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파벨만스’···천재 감독이 보내는 영화를 향한 찬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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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는 22일 개봉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파벨만스'는 전혀 다르다. 영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감독이 된 이후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유년 시절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온 과정, 가족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스필버그를 만든 정신적 근원과 자양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참신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휘황찬란한 할리우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파벨만스엔 아담하고 소박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스필버그는 자신의 삶 자체가 되어준 영화에 대한 찬사, 그 동력이 되어준 가족들에 헌사를 함께 보낸다.
영화는 스필버그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새미를 포함한 파벨만 가족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새미는 부모를 따라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된 이후 영화에 흠뻑 빠진다. 기차 충돌 장면을 본 그는 장난감 기차를 사서 직접 온갖 장면을 연출해서 찍어본다. 동생들과 친구들에게 각종 연기를 시키며 열심히 촬영을 하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분발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이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천재 영화 감독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미가 그토록 사랑한 카메라로 인해 가족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새미는 자신의 촬영본을 보다가 비밀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가족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새미는 한동안 꿈을 접는다. 하지만 다시 카메라를 쥐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엔딩 장면에서도 시네필이 반가워할 인물이 등장한다. 새미가 '서부 개척사' '아파치요새' 등을 연출한 '서부극의 제왕' 존 포드 감독(1894~1973)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새미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천재 감독의 본격적인 여정을 알리는 세련되고도 인상적인 결말이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의 감정 연기에 몰입하게 된다. 윌리엄스는 피아노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예술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엄마의 모습, 가족과의 갈등의 중심에 서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미치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자주 배치해 음악적인 풍성함도 선사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