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재용 회장의 '친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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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2020년 9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이 회장의 친분 덕분이었다. 2010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그 뒤로도 꾸준히 친분과 신뢰를 쌓아왔다고 한다.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다양하다. 마크 저커버그(메타), 제프리 이멀트(GE), 팀 쿡(애플), 일론 머스크(테슬라) 등 기업 CEO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정·재계 리더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의 밤’ 행사 땐 “가만히 있어도 아는 분을 20~30명씩 만나게 된다”며 글로벌 CEO들의 명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2030년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런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다.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敵)은 적을수록 좋더라”라는 이 회장의 말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반도체 보조금 문제에 대해 한·일이 함께 협력해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면서 걸핏하면 남과 싸우고 적을 만드는 사람과,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며 배려하고 자기편을 만드는 사람 중 누가 경쟁에서 이길지는 불문가지다. 사람이 재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