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합작사도 청산…대기업들 '헤어질 결심'

한화·DL '여천NCC' 분할 협상
포스코도 고려아연과 결별
효성은 코오롱과 동업 청산

"시간 지나면 합작 명분 사라져"
한화와 포스코, 효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20~30년 동안 유지한 합작회사를 청산하고 있다. 기업마다 사업의 지향점이 다른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합작 관계를 유지할 유인이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 화학부문)은 50 대 50 비율로 합작한 화학업체 여천NCC를 분할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보유한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합작사다. ‘석유화학제품의 쌀’로 통하는 기초원료 에틸렌 생산 능력이 연 228만5000t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에 이어 업계 3위다.두 회사는 2007년 여천NCC 인사를 놓고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양측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작년 2월 발생한 여천NCC 폭발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진 사건이 분할 결정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해 세운 코리아니켈도 이달 주주총회를 열고 청산 절차 안건을 처리한다. 코리아니켈은 1987년 5월 출범했으며 스테인리스용 니켈을 생산해왔다. 두 회사는 2차전지용 니켈 사업을 강화하고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청산을 결정했다.

효성과 코오롱도 사실상 동업 관계를 청산했다. 두 회사는 1974년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 카프로가 상장하는 과정에 지분을 매입해 공동 경영을 시작했다. 현재 효성티앤씨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카프로 지분을 각각 12.75%, 9.56% 보유한 1, 2대 주주다.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 카프로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바꾸면 경영에 참여할 길이 막힌다. 카프로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두 회사가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필요할 때 뭉쳤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합작을 유지할 명분과 실리가 사라진다”며 “합작사업은 30년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