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수혈 받고도 유동성 위기 CS…스위스 1위 UBS에 팔리나
입력
수정
지면A5
UBS, 1.3조원에 인수 제안스위스 최대 금융회사인 UBS가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CS가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7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은 뒤에도 우려가 여전하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어려움에 빠진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은 대형 은행들로부터 예금을 수혈받았지만 위기설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60억弗 지급보증 요구
블룸버그 "CS, 인수 반발" 보도
美은행 39조원 쏟아부은 FRC
당일 주가 반등 후 다음날 33%↓
모건스탠리·PNC銀 "인수 검토"
매각 추진되는 CS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UBS의 CS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스위스 연방정부가 은행 시스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CS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가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CS 인수를 제안했다고 19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UBS는 주당 0.25스위스프랑에 CS를 사들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0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경우 거래를 무효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7일 취리히증시에서의 CS 종가(1.86스위스프랑)보다 현저히 낮다. 인수 계약은 이날 저녁에 서명될 예정이지만 FT는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조건대로)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CS가 인수 제안에 반발했다며 “(UBS가 제안한) 인수 금액이 너무 ‘헐값’이라며 주주와 근로자의 이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UBS는 CS를 인수한 뒤 적자 사업으로 전락한 CS의 투자은행(IB) 부문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미 CS가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IB사업을 분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UBS는 CS의 IB를 제외한 일부 사업만 인수하게 된다.UBS와 CS의 시가총액은 각각 650억달러(약 85조원), 80억달러다. 작년에 UBS는 76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반면 CS는 79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UBS가 CS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스위스 연방정부에 60억달러의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 16일 CS에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원)의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음에도 CS는 주가 급락 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UBS가 구제금융을 받고 CS는 정부 지원을 거절했다. 그랬던 두 은행의 운명은 180도로 달라졌다.
美 은행 우려 다시 부각
뱅크런에 시달려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16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달러의 예금을 몰아준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당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반등했지만 다음날인 17일 다시 33% 급락하며 23.03달러에 마감했다. 115달러이던 8일과 비교하면 9일 만에 5분의 1 토막이 났다.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종전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 내렸다. 재무상황 악화와 자금 인출로 인한 재정지원 의존도 증가를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꼽았다. 15일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기등급인 ‘BB+’로 4단계 낮췄다.한편 지역은행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블룸버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가 있는 퍼스트시티즌스뱅크셰어스를 SVB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비즈니스뉴스는 “모건스탠리, PNC은행 등이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