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평가하고 결과는 비공개…"사외이사 감시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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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해임 건의 등 권한 크지만사외이사제도가 정착하면서 사외이사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평가하는 장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평가 주체가 본인이거나 동료 사외이사인 ‘셀프 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그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자료 유출" 핑계 외부평가 없어
사외이사 활동 내역 공개해야
19일 업계에 따르면 KT&G의 사외이사들은 사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사장 해임도 건의할 수 있다. 최고 상설 의사결정기구로서 회사 주요 경영사항의 심의·의결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외이사 평가는 쉽지 않다. 매년 말 사외이사를 개별 평가한다지만 서로서로 평가하는 ‘셀프 평가’ 방식이다. 이마저도 그 결과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로선 사외이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도 내부평가뿐만 아니라 자기평가, 동료평가 등을 통해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한다. 이들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는 모두 ‘우수’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외부 평가는 내부 주요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이사회 정관에는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결과가 사외이사의 재선임 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외이사가 연임에 성공하는 만큼 평가 내용이 재선임 여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KT&G에서 활동한 사외이사 중 최근 신규 선임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경우를 제외한 9명 중 7명이 재선임에 성공했거나, 올해 주주총회에 재선임받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권한을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역할과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