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베이비, 난임병원에서 마주친 여자들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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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세계 꼴찌 나라에서출산율 세계 꼴찌, 초저출산 국가 대한민국.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로 난임병원은 문전성시다. 김의경 작가는 이런 모순을 직접 경험하고 최근 장편소설 <헬로 베이비>(사진)를 출간했다.
아이 낳기 원하는 부부들로
문전성시 이루는 병원 이야기
“아기를 낳기로 결심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였다.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에 찾아가 산전검사를 하고 반년이 지나 방문한 난임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과 맞닥트렸다. 뜻밖에도 그곳에는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자들이 대기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김 작가는 2014년 <청춘 파산>이 한경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기도 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헬로 베이비>는 난임병원과 그곳을 찾아온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이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할 순간을 기다리는 여자들. ‘44세 강문정’ ‘38세 한지은’ ‘37세 윤소라’…. 소설 각 장(章)에 붙은 제목은 등장인물의 나이와 이름으로 지었다. 난임병원 차트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소설은 난임병원의 비현실적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책까지 쓰는 시대이건만. 임신은 여전히 사람의 몸에서 진행되는 원초적 과정이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든 말든 35세 이상의 산모는 ‘노산’으로 분류된다.
다행히 과학이 발전해 시험관 시술의 힘을 빌리지만, 자궁이 있는 이들에게 그 과정은 유난히 가혹하다. “시험관 시술은 억울할 정도로 아내의 역할만 강조됐다. (생략) 고통이 수반되는 난자 채취와 다르게 정자 채취는 쾌락이 수반됐다.” 논픽션 작가 지망생인 문정은 난임치료 과정에서 컨디션 관리를 위해 새벽 시간의 글쓰기를 포기한다. 그만큼 문정의 데뷔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지은은 출산을 ‘유난스러운 일’로 여기는 회사 분위기 탓에 난임휴가 쓰기를 주저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슷한 처지의 난임 여성들은 어느새 전우처럼 가까워진다. 가릴 것 없는 여자들의 수다는 웃음을 자아내고, 그들의 우정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남편조차 곁에 없는 순간에도 서로를 홀로 두지 않는다.
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는 각기 다르다. 문정은 남편과 자신을 닮은 아이를 꿈꾸며, 소라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난자를 얼리려 난임병원으로 향한다. 지은은 “목걸이를 갖고 싶고, 차를 갖고, 싶고 집을 갖고 싶은 것처럼 아기도 갖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의경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 왜 아기를 낳으려 하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힌다. 그냥 ‘만나고 싶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만나게 된다면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싶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