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중도금 대출 얼마든 'OK'…강남 진입, 문턱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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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분양가 규제·인당 중도금 상한선 폐지이제부터 분양 시장에 나오는 분양가 12억원이 넘는 집을 계약해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내달부터는 서울 규제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 중소형 아파트에 추첨제도 도입된다. 정부가 청약 관련 규제를 확 풀면서 강남권에 예정된 분양 단지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만 8000여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달 1일 서울 규제지역 중소형 아파트 '추첨제' 도입
"강남권 청약 문턱 낮아져…일부 실수요자 기회 확대"
"예비 청약자 모두에게 공평하진 않아…양극화 심화"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날부터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규정을 폐지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2023년 업무계획’에서 밝힌 내용의 후속 조치다. 중도금은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금을 낸 후 최종 잔금을 치르기 전인 중간에 내는 돈이다. 통상 분양가의 60% 수준이다. 정부는 2016년 8월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해왔다. 분양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서다. 때문에 중도금 대출이 막힌 당첨자는 직접 중도금을 마련해야 했다. 일부 시행사가 보증을 통해 제공하는 중도금 대출은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컸다.
정부는 작년 11월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능한 분양가 상한선을 12억원으로 올려잡았고, 이번엔 이를 아예 없앴다. 이날부터 대출을 신청하는 단지가 분양가 1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중도금 대출이 나온단 얘기다. 또 5억원으로 상한이 있었던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함께 폐지됐다. 분양가가 높아 접근하기 어려웠던 강남권 청약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달 1일부턴 추첨제를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가점 100%였던 전용 60㎡ 이하는 가점 40%에 추첨 60%로 바뀐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다. 전용 85㎡ 초과는 가점 50%, 추첨 50%였는데 가점제 비율은 80%로 높인다.청약 가점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3가지다.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추첨제는 말 그대로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청년층에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청약 관련 규제 완화책은 강남권 분양 단지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강남권에 예정된 분양 단지는 모두 8곳, 가구 수로는 8131가구에 달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1097가구, 6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 7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아파트’(160가구, 9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10월)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아파트'(721가구, 11월)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호'(308가구, 11월)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미정)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롯데캐슬'(1261가구, 미정) 등이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1·3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청약시장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며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단순하게 '올림픽 파크 포레온'(둔촌주공)에만 혜택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은 앞으로 분양될 강남권 아파트들이 다 수혜 단지"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강남권 분양 아파트는 가격대가 높다보니 추첨제 물량이 전혀 없었고,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했다"며 "사실상 '현금 부자'만 살 수 있는 곳에서 이제는 강남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청약으로 입성이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청약 문턱이 낮아졌지만, 강남권 진입은 일부 수요자에 한정된 것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청약이 완화됐지만 사실상 상황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기존에 현금 부자들과 함께 대출을 일부라도 받으면 강남에 진입할 수 있는, 즉 부자들 못지않은 자산이 있는 예비 청약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